맨하탄의 수입도매업체에서 어카운턴트로 수년간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워킹맘으로 살아온 박 모(40)씨는 얼마 전 전업주부로 변신했다. 이유는 두 자녀의 치솟는 양육비 때문. 연봉은 세금, 보험료 등을 떼고 나면 3만 달러도 안되는 상황에 두 딸에게 들어가는 양육비는 연간 2만 달러가 훌쩍 넘어서면서 퇴직을 결정했다는 것.
박씨는 “공립대 등록금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 가며 아이들을 데이케어에 맡기느니 차라리 내가 키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치솟는 자녀 양육비로 인해 박 씨처럼 맞벌이를 포기하는 한인 워킹맘들이 늘고 있다. 미취학 자녀들을 데이케어 등에 맡기는데 드는 양육비가 일반 가정의 연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0~15%까지 뛰면서 맞벌이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취학 자녀의 연간 양육비는 웬만한 공립대 등록금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보육문제연구소(CCAA)가 최근 발표한 ‘2014 차일드케어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취학전 4세 미만의 보육비는 연평균 1만1,354달러로 가구소득의 10.4%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금액은 뉴저지 주립대 평균 등록비 1만2,715달러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이다.
뉴욕주는 이 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뉴욕주는 한 자녀에 대한 양육비 비중이 가구소득의 최대 15.9%까지 차지, 미 전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환경수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미취학 자녀 1명당 연간 최소 1만4,508달러의 양육비가 지출되고 있다.
뉴욕주립대 평균 등록금이 6,91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로 임금은 동결된 상태에서 렌트, 유틸리티 비용 등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보육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씨는 “월급 중 택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데이케어 비용에 나가고 또 출퇴근 차량 유지비와 옷값 등까지 고려하면 직장을 포기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에서 친정 어머니를 모셔 오기전 까지는 맞벌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이경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