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함께 뉴왁박물관 한국관 견학
▶ 한국문화에 자부식 갖는 계기로
짧은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가족들이 한민족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들이나 친지들과 함께 뉴왁 박물관의 한국관을 방문해 보자.
지난번에는 한국특별전을 소개했고, 이번에는 상설로 전시되어 있는 한국관을 돌아봤다. 학교선생으로 은퇴한 나탈리 베일리 씨가 투어 가이드를 해준다. 매일 1시30분이나 가족 등의 단체가 원하면 언제든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이제 가물가물하는 한국역사의 시대 구분이 한국관 벽에 새겨져 있다. 삼국시대로부터 시작해 일제 강점기를 넘어 남북분단, 그리고 199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까지 표기되었다. 거기에 2018년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미국 안내원이 우리보다 더 많이,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오래 된 작품부터 보자면 가야와 신라의 자기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자기들이 뉴왁 뮤지움이 영구소장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전되고 많이 출토 된 까닭은 당시에도 흙의 무게를 잘 견디어 내는 화강암 관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자기들이 불교식 또는 샤머니즘식 장례에 사용되었던 제기들인 것이다. 이 시대의 자기들은 우리가 말하는 ‘오지’라는 도기가 많다. 가마가 높은 온도일 때 소금을 뿌려 광택이 나게 하거나 색을 띄게 하는 기법이다. 소금에 철분이 섞여 있으면 갈색, 코발트가 섞이면 푸른 색, 망간이 섞여 있으면 보라색이 난다.
빛이 곱고 정교한 나무문살을 보며 작은 공간으로 들어서면 한국이 자랑하는 고려청자, 그리고 백자가 있다. 비교적 안전 된 정치적 환경을 누렸던 고려 시대에는 그런 이유로 하여 안정된 가마나 화공, 그리고 왕실의 도자기를 굽는 장인들이 예술적 혼을 태울 수 있었다.
그래서 불교나 도교의 예식 때 쓰이는 자기들뿐 만 아니라 테이블 웨어나 화장품 용기도 만들어졌다. 흙이나 청동으로 만들어진 고려시대 자기들 중 압권은 역시 매병 청자. 매병이란 입구가 좁고 어깨가 넓으며 길쭉한 형태의 병을 말하는데, 한 가운데 전시된 상감 매병청자는 뉴왁 뮤지움이 자랑하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우수한 작품이라고 한다. 상감이란 도자기에 무늬를 파내고 거기에 다른 색 점토를 채운 후 구워낸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분청사기는 말 그대로 청색의 가루를 뿌려서 장식적 효과를 낸 도자기다. 이 분청사기는 조선시대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다가 임진왜란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 도공들 대부분이 일본으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대, 중세, 그리고 근대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한국역사의 시대적 구분은 동시에 종교적 구분이 되기도 한다. 샤머니즘과 불교와 도교와 유교가 확연히 구분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새 민족의 혼에 스미고 배어서 경계가 흐릿해지곤 한다.
전시실에 있는 꼭두(영어로 ‘Kkoktu’로 표기. 곡두, 환영이라는 뜻) 가 망자를 영계에 까지 무사히 데려다 줄 짐승(호랑이, 사자, 말 등)을 탄 상여 장식용 목각인형들은 샤머니즘의 영향이고, 사당에 조상들을 모실 때 썼다는 ‘혼 의자(spirit Chair)’는 유교의 영향이다. 그런가 하면 그 모든 것들이 혼합된 형태의 그림도 있다.
산신령과 동자가 등장하니 무릉도원이다. 기원전에 중국에서 시작된 유교는 한국에는 2세기경에 들어왔는데, 12세기 주자가 철학적으로 체계화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조선의 국교가 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를 신유교라고 본래의 유교와 구분지어 부른다. 지금도 ‘예기’에 따라 사당에 조상을 모시고 공경한다는 미국 할머니의 설명을 들으면 21세기의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국전시실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관람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관심이다. 일 년에 한두 번 한국관을 방문해 세계 속에 전시된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보고 또 가르치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 아닐까.
뉴왁 뮤지움은 수-일요일 오후 12-5시 개관. 주소:49 washington St., Newark, NJ 07102 문의 및 가이드 투어 신청:973-596-6550
<한영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