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론마당

2014-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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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빨리 병

“한국 사람은 성격이 급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편견이다. 내가 편견이라고 쓴 이유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빨리’라는 말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말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면 한국인의 성격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일 분 일 초도 낭비하면 안 되는 사회에서 빠른 한국인은 본받아야 할 존재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 빨리 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실패자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요즘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아깝다는 소리를 많이 하고 산다.


하지만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조금 늦게 하면 어떠한가? 어떤 것을 빨리빨리 하다 보면 실수도 하게 마련이고 본질을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된다. 빨리빨리 움직이며 하는 여행에는 진정한 경험이 있을 수 없으며 빨리빨리 하는 일에는 진실함이 없는 것 같다. 빨리빨리 걷다 보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의미 없이 보이고 빨리빨리 말하다 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된다. 빨리빨리는 진실만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삶의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느끼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인생의 결말에서는 누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보다는 어떻게 지나왔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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