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론마당

2014-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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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서 배우는 교훈

다사다난 했던 갑오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늘 연말을 맞으면 아쉬움과 후회가 맴 돈다. 중년 때는 연말이 되면 몹시 아쉽고 늙음에 대한 공포랄까, 마음이 울적하였으나 지금은 늙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히려 차분한 마음으로 연말을 맞게 되니 이것이 인생의 연륜인가 싶다.

이 세상에는 희로애락이 많다. 그렇지만 공짜도 많다. 따뜻한 햇볕도, 시원한 바람도, 아름다운 저녁노을도, 어머니 사랑도, 해맑은 아이들 웃음도, 맑은 물도 공짜다. 이중에서 물의 7가지 덕(德)을 생각 해 본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에서 겸손을 배우며,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돌아가는 지혜도 배우고, 구정물까지 받아주는 포용력도 배운다. 때로는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을 배우고, 마음이 약해질 때는 바위도 뚫는 낙숫물의 끈기와 인내도 배운다. 또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와,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도 배운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황혼기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고 젊은이들에게 많은 덕을 보이는 것이 임무이며 보람일 것이다. 남은 여생을 보람 있고 유용하게 보내고 건강을 지키며 자식들에게 짐이 안 되게 노력하는 것도 노년의 의무이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보내며 물의 덕을 교훈 삼아 좀 더 너그럽고 겸손하게 살아 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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