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답이 없을까?

2014-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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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답이 없을까?

데이빗 남 한미연합회(KAC) 커뮤니티아웃리치 디렉터

지난 9월9일 한인타운 선거구재조정과 관련된 첫 재판이 연방법원에서 열린지 3개월이 지났다. 첫 재판은 약식재판이었다. 양측이 모두 약식 재판(Motion for Summary Judgment)을 판사에게 공판 전에 청구를 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약식 재판은 소송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이 명백하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법원이 공판 없이 판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특별한 재판 청구 형태이다.

LA시측은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을 기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인타운 대표들은 2012년에 설정한 선거구에 대해 ‘주민투표’(referendum)’를 실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인타운 대표들은 위원회 의장인 허브 웨슨이 선거구 재조정의 주요한 요인이 특정 인종이었음을 인정한 비디오 증거물과 크리스토퍼 엘리슨 커미셔너가 선거구 경계선이 특정 인종을 중심으로 설정된 것임을 언급한 이메일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 LA시는 인종 요인이 지난 선거구 재조정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주민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재판 당시 늦어도 2~3주 정도 후에 판결을 통보하겠다던 마샬 판사는 아직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재판 결과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아무 연락이 없다는 나의 답변에 이렇게 다시 묻는다. “왜 답이 없을까?” 그러고 보니 왜 답이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질문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돌발 사안이 발생하여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듯하다고. 지난 10월에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에서 한인타운을 대변하고 있는 변호인단은 버지니아 주선거위원회를 상대로 선거구 재조정을 요구한 소송(Page V. Virginia State Board of Elections)의 재판 결과를 반영해달라는 요청서를 마샬 판사에게 제출한 바가 있다.

버지니아 사례는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한인들의 주장과 닮은 점이 있다. 버지니아 사례에서 흑인 유권자 수가 3.2% 증가한 반면에 백인 유권자가 수가 줄어든 현상이 한인타운 사례와 닮아 있고, 선거구 조정위원회 핵심 위원들이 특정 인종 중심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한 점도 닮아 있다.

버지니아 주 재판부는 버지니아 제3지구 경계선을 설정하는 데 인종적 요소가 주요 요인이 되었기에 평등보호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2015년 4월15일까지 선거구 경계선을 재설정할 것을 판결했다. 버지니아 사례의 판결을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판결에 반영하여 적용하는 것을 두고 마샬 판사는 심사숙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재판에서 승리할 경우와 패배할 경우를 가정해서 가능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지속성이다.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은 단번에 끝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관공서와 상대해서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민 생활에서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소위 시간 끌기다. 시간 끌기는 비용과 시간 등 물리적 우위에 서 있는 힘 있는 자들이 즐겨 쓰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한인 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도 예외일 수 없다. LA시라는 거대 조직과의 다툼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싸움이다. 외형적인 조건만 놓고 본다면 분명 쉽지 않은 싸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선한 대의와 끝까지 이것을 주장하고 요구하려는 끈기가 있다.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가면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 그 명백한 증거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소송은 LA시와의 외형적 대결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한인사회의 내부적 시험이기도 하다. 우리 한인사회가 내부적 결속을 다지며 자기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역량 말이다.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에 대한 판결을 고심하는 판사에게 “왜 답이 없을까?”라고 던진 말은 곧 우리 자신과 한인사회를 향해 되돌아오는 질문이 된다. “왜 답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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