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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북한인권과 국제사회 안보

2014-1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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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리 ‘북한인권 언제든 논의’ 길 열어

▶ 안보리 공식의제 채택...총회 권고로 특정국가 인권 논의는 처음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북한인권과 국제사회 안보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22일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룬 첫 안보리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유엔>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북한인권과 국제사회 안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하고 있다.<사진=유엔>

유엔 차관보 “북 인권개선 위해선 개혁 아닌 책임 문책 요망”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인권 문제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안보 문제로 자리를 굳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하고 곧바로 첫 회의를 가졌다,<본보 2014년 12월23일자 A1면>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응해 대북제재(1718호)를 결의한 이후 북한인권 문제를 비공식 차원인 ‘아리아 포뮬러’(Arria Formula) 방식으로 다뤄왔다.

이와 관련 한국과 미국 등 관심 국가들은 주변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이고 시급한 인권 문제를 (대북)접촉과 대화, 화해를 이유로 내세워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질책을 받아 왔다. 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인류에 반하는 죄를 비롯한 북한인권 유린이 최고위급의 정책에 따라 제도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과 말로 못할 정도의 끔찍함은 근래 현대사회에서 비교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사실이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COI 보고서는 “수십 년에 걸쳐 자행돼왔고 또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는 한반도와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어 국제사회의 책임을 함께 물었다.

실제로 안보리는 과거 2차례에 걸쳐 특정국가의 인권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안보리가 국제사회 안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들로 유엔총회의 권고에 힘입어 특정국가의 인권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회의로 유엔 기록에 영원히 남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한국이 지난 2년 안보리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훗날 역사를 연구, 평가, 분석하는 관계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기록 및 자료를 남겨놓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안보리의 12월 순회 의장국인 차드의 마하마트 젠 체리프 대사는 22일 오후 3시 안보리 문건 S/2014/872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안보리 문건 872호(2014년)는 지난 5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10개 안보리 이사국이 의장에게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과 공식 회의를 개최해 유엔 사무국 간부 및 인권담당 고위직원의 현황 보고를 받아 논의하자고 요청한 공동서명 편지이다.

따라서 체리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 여부를 표결에 부쳐 이사국의 찬성 11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특정 이슈가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총 15개 이사국 중 9개 이사국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역시 이날 투표에는 예상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기권표는 의장국인 차드와 지난 18일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기권표를 행사했던 나이지리아가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던졌다. 하지만 안보리 회의규정에 따라 체리프 대사는 개회 7분 만에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됐음을 선언했다.
또 이사국에 잠시 휴회 후 곧바로 회의를 열어 의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리는 이날 오후 3시20분 소집된 제7353차 회의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논의하는 첫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 출석한 태이-브룩 제리훈 정치담당 유엔 사무총장 차관보와 이반 사모노비치 인권담당 유엔 사무총장 차관보는 각각 보고에서 북한인권 문제 상황을 설명하며 국제사회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특히 사모노비치 차관보는 COI가 보고서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 안보 문제로 연결시켜 안보리의 구체적인 행동조치를 권고한 사실과 이에 따라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총회 제3위원회와 전체회의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 내용을 상기시킨 뒤 “그곳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개혁이 아니라 책임 문책이 요망 된다”고 진술했다.

이어 호주, 미국, 프랑스, 나이지리아, 룩셈부르크, 요르단, 영국, 중국, 칠레, 르완다,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러시아, 한국과 차드가 각각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공식 의제 채택에 찬성표를 행사한 11개국은 모두 하나같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그로 인한 국제사회의 안보 위협 문제가 당연히 안보리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인권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다뤄질 사안”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특히 류제이 주유엔 중국대표부 대사는 안보리의 북한인권 문제 공식 의제 채택 표결에 앞서, 또 표결 후 안보리 공식 회의 중 발언에서 “나의 국가(중국)는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공식 의제로 채택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이미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이와 관련된 회의에서 안보리의 그 어떠한 결의 채택도 반대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극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사만타 파워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인권 상황을 “깨어나지 못하는 악몽”(living nightmare)으로 지적하고 “인권개선 없는 안보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으며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안보리의 조치를 정당화 한 뒤 “동족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이사국이 각각 입장을 발표하고 오후 5시10분 폐회됐으나 북한인권 문제는 언제든 이사국의 요청에 따라 안보리에서 논의 될 수 있는 의제로 남게 됐다.
한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이날 회의에 불참한 반면 자 대사는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이날 열린 회의의 근원이 된 COI 보고서 자체를 부정하고 당시 조사에 참여한 자국민(탈북자)을 “인간쓰레기들"로 비하 했다. yishin@koreatimes.com

“우리의 동족...인권참상에 가슴 아파”
■오준 유엔 한국대사 안보리 회의 발언

오늘 이 자리가 본인이 안보리에서 하는 마지막 발언이 될 것이다.
우리(한국)가 2년 전 안보리에 처음 왔을 때 처음 다룬 문제 중 하나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였다. 나의 국가는 안보리에서 이사국으로서 우리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여러 문제를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다뤄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의 (안보리) 기간은 북한 문제로 시작해서 역시 북한 문제로 끝나고 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나는 이를 무거운 마음으로 얘기 한다. 북한은 우리의 동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COI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서 가슴 아파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서 흘러나온 비디오를 보면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탈북자들의 얘기를 듣고 눈물을 함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북한 길거리, 동네, 관리소 등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의 죄 없는 형제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젠가 미래에서 오늘을 돌이켜 볼 때 “우리가 올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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