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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세밑 더 외로운 탈북동포들<상>아메리카 드림은 없다?

2014-12-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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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 걸고 왔는데…3D업종 전전 ‘난민생활’

■송년기획-세밑 더 외로운 탈북동포들<상>아메리카 드림은 없다?

마영애 미주탈북자선교회 대표와 탈북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제공=마영애 대표>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나 미국에 왔지만 먹고사는 문제로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가족, 친지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았지만 세밑이 더욱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미국에 건너온 탈북자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서 탈출해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뉴욕으로 온 탈북자들의 현황과 삶의 모습을 들어봤다.

■쉽지 않은 미국정착=미국에 첫 발을 내디딘 탈북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 ‘일자리 부족’이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아 왔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부닥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탈북자들은 미국 정착과정에서 겪는 애로점으로 ▶경제력 ▶영어구사 어려움 ▶미국 현지 생활정보 미흡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요인 때문에 당장 미국에서 뚜렷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어렵고 위험한’ 이른바 3D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주로 남자는 건축 및 건설 노동이나 식당 종업원, 여성의 경우 네일 가게, 미용실 등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란 게 탈북관련 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어렵게 직장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탈북자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마영애 미주탈북자선교회 대표는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 10명을 모아 직접 식당을 차리기도 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탈북자들과 달리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탈북자들은 또한 미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에 비해 정착에 필요한 최소한의 혜택이 거의 없다는 것.

단지 약 6개월 동안 푸드 스탬프와 의료보험, 소액의 현금카드 등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난민자격을 취득한 50대의 김성식(가명·)씨는 “’자유’를 얻은 기쁨이 있지만 미국생활 자체는 열악하다”며 “열심히 일을 해 돈을 벌어보려고 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기회가 마땅치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국내 탈북자 현황=북한 인권관련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과 탈북자의 망명 허용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법’이 2004년 연방의회에서 제정된 지 10년이 되면서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탈북자들의 수도 늘고 있다.

연방국토안보부 집계에 따르면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후 난민 자격을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013년말 현재 160명을 넘어선 상태다. ▶2006년 9명 ▶2007년 22명 ▶2008년 37명 ▶2009년 25명 ▶2010년 8명 ▶2011년 23명 ▶2012년 22명 ▶2013년 17명등을 합쳐 모두 16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숫자는 난민으로 들어온 탈북자이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00여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 동포들의 미국행도 계속되고 있어 미국내 탈북자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인사회 관심 필요=“탈북자들이 미국에 잘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한인사회의 따듯한 시선을 부탁드립니다”. 탈북자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한인사회의 관심과 인식 변화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려움을 겪고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자유 찾아 미국에 왔지만 탈북자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한인사회의 무관심과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인해 탈북자들이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다. 고독한 울타리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색적인 눈길로 보지 말고 탈북자들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에 친척이 없는 탈북자들은 연말이 되면 더욱 쓸쓸함을 느끼지만 한인단체의 방문이나 지원은 극히 드물다.

마영애 대표는 “탈북자들도 정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이다”며 “한인사회가 작게나마 온정을 베풀어준다면 탈북자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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