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두 곱게 늙자

2014-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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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손 엔지니어

어느 날 저녁, 한 샤핑몰에서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다 보니, 어두운 곳에 조그만 종이 조각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주워 보니 100 달러짜리 지폐였다. 갑자기 유혹이 밀려온다. 그러다, 주인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경비실로 향했다. 가면서도, 경비원이 지폐의 주인을 찾기는커녕 꿀꺽하면 그만인데 하면서 나 자신이 가져도 된다는 생각을 정당화하려는 궁리에 빠지고 있었다.

경비실 문을 노크하니 한 경비원이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 지폐를 건네니, 그가 만져보곤 고개를 흔든다. 종이 질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시 받아 펴보니 100달러 지폐의 ‘미국’이라는 글이 있어야하는 오른쪽 상단에 ‘영화 촬영용’이라는 글이 있었다. 만약 이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려 했었다면, 지금쯤 아내가 계속 면회를 와야 했을 것이다.

100달러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 가는데, 동서지간에 아무런 약정서도 없이 15만 달러를 빌린 후, 돈을 빌려준 동서가 갑자기 사망했다면 얼마나 더 큰 유혹에 빠질까?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탐심의 노예가 될 것이다.


국회의장까지 지냈다는 노인도 골프장에서 자기 딸 같은 캐디의 몸을 만지고, 검찰총장까지 했다는 노인도 성추행 추문에 휩쓸렸다. 어디 그 뿐인가? 50대의 서울대 교수가 많은 여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벌여 구속까지 되었으니 도대체 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탐심은 나이도 가리지 않고 찾아든다.

사회를 선도해야하는 지도층은 이 모양이고, TV 드라마는 불륜 투성이이지만 시청자들은 재미있다며 환성이고, 인터넷 신문들은 여성들의 특정부위 사진 투성이다. 언론도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돈 되는 것이면 다 싣고 있으니 섹스광고 공해가 지극히 심하다. 살인, 성폭행, 뇌물수수 기사가 없었던 날이 며칠이나 되는가?또한 학위를 위조해서까지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보니, 혹시나 가짜 졸업생은 없는지 미주지역 각 대학 동창회는 살펴봐야 할 판이다. 탐심은 명예에 우리네 눈까지 어둡게 만든다.

공자는 70세가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하여도 거리낌이 없도다(從心所欲 不踰矩)” 하지 않았는가? 이제 백세 시대가 되어서 그런지, 70이 되어도 자기 성찰은커녕 노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여섯자 관 앞에서 숙연해 질 것이다. 그 날이 오기 전에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 자기성찰을 해보자. 자녀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부모였는지, 배우자에게 결혼식 때 서약한 혼인 약속은 지켰는지, 은혜를 입은 이 세상에 베풀고 가는지, 남에게 해는 안 입혔는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이제 2014년도 저물어 간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종착역을 향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 건강도 챙기고, 형편이 되면 사회에 좀 베풀고, 친구에게 인색하지 말고 밥값도 한번 내고, 지난 날 소원했던 사람들이 있으면 화해하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기 수련의 노년기를 살아가자.

성경은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23)”고 가르친다. 우리 모두 마음을 지키며 곱게 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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