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항소법원, 북한 납치, 고문, 살해 혐의 가리기로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에 납치돼 고문을 당하고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카고 한인 김동식 목사가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을 지원할 당시 북한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딴 여자 유도선수 계순희(16)와 기념 촬영했던 모습.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던 시카고 한인 김동식 목사를 2000년 강제 납치, 이듬해 1월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감옥에서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당국에 대한 납치 및 고문 살해 혐의가 미 법원에서 가려질 지 주목되고 있다.
미 연방 워싱턴DC 순회 항소법원은 최근 김 목사의 아들 김한(미주리 거주), 김 목사의 동생 김용석(캘리포니아 거주)씨를 원고로, 비영리 국제 인권단체 ‘인권우선’(Human Rights First)을 ‘법률자문청원’ 자격으로 각각 참석시킨 가운데 이들의 입장을 청취, 김 목사 납북 사건을 종결시키거나 연방 지방법원으로 다시 보내 심리토록 하겠다고 8일 밝혔다.
당초 워싱턴D.C. 지방법원 리차드 W. 로버츠 판사는 원고측 소송으로 북한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해 6월14일 개정한 궐석 재판에서 “김 목사의 납치, 고문, 치사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해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3억2,500만 달러 손해 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로버츠 판사는 당시 “기각의 근거가 된 증거에 대해 본 판사가 내린 법률 해석과는 다른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원고측에게 항소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원고측은 같은 해 9월25일 연방 워싱턴DC 순회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원고측은 지방법원의 ‘증거 불충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잘못됐다는 점과 김 목사 사건의 특이성을 감안, 항소법원이 ‘간접적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 증인으로 출두한 ‘인권우선’은 국제법과 조약이 강제 실종자 사건과 관련 ‘간접적 증거’를 인정하고 있고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실제로 이같은 증거가 인정된 사례들을 제시했다.
따라서 원고측의 항소절차는 모두 마무리돼 빠르면 이달 중, 또는 내년 초 항소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김 목사 피납 사건은 2008년 7월31일 당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본인이 했던 것처럼 기꺼이 김 목사 문제를 북한에 제기하겠다. 그의 부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고 답장을 한 적이 있으며 그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는 등 관심을 표명했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 사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미 연방법원은 1968년 1월 나포됐던 미 해군 프에블로호의 선원과 선장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008년 12월 총 6,500만 달러 손해배상금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010년 7월에는 북한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발생한 일본 ‘적군파’(JRA)의 무장테러(1972년 5월)를 지원한 책임을 물어 미국인 피해자 유족들에게 3억7,800만 달러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들 재판에서 승소한 원고측은 미국 재무부와 협의해 대외 비공개 조건으로 북한 동결자산 압류를 통해 법원 판결을 집행하는 법률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시카고 한국일보 신용일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