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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열’ 미국서도 학원·과외 시달려

2014-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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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 미국서도 사교육 굴레 못벗는 한국계 학생들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 사는 한인 1.5세인 A군(8학년)은 매주 토요일 학원을 찾는다. 뉴저지에서 유명한 과학고인 버겐카운티아카데미(BCA)에 입학하기 위해 오전 9시~오후 1시 학원에서 지내는 것이다. A군은 "주중에는 학교숙제 때문에 학원에 다닐 시간이 없어 주말에 다닌다"며 "토요일마저 학원에서 지내는 게 힘들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안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3년 동안 근무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1년 전 미국에 온 B양(11학년)도 토요일마다 SAT학원에 간다. B양의 어머니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하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들이 외국 생활을 오래한 학생 중 일부를 특기자 전형으로 뽑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온 한인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뉴저지 데마레스트에 사는 5학년 C양은 집에서 과외교사에게 배운다. 학원에 가는 대신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1주일에 한 번씩 C양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다. C양은 현직 교사인 과외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이후에도 성적이 크게 향상되지는 않지만, 학교 교과과정을 따라가려면 과외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출신 학생들이 미국에서조차 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부모들의 교육열이 주된 요인이다. 일단 공부는 잘하고 봐야 한다는 한국식 사고방식을 미국에 와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중학생 때부터는 본격적인 학원 생활에 돌입한다. 학업성적이 좋은 중학생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특목고 준비반이다. 대부분의 한인학원들이 경쟁적으로 특목고 준비반을 운영하며, 맨하탄의 스타이브센트, 브롱스 사이언스, 헌터고, 뉴저지의 BCA 등에 입학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 성적을 올려간다.

고등학생이 되면 SAT반은 필수코스로 여긴다. 주로 10학년이 끝나고 여름방학 때 SAT캠프가 집중적으로 개설된다. 이 여름캠프를 통해 점수 올리기 작업이 시작되며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된 이후에는 토요일을 이용해 6개월가량 학원에 더 다니면서 점수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최근 하버드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낸 뒤 결과를 기다리는 뉴저지 포트리의 D양은 여름캠프를 통해 성공한 사례다. D양은 "여름캠프 3개월간 SAT점수가 300점가량 높아져 2,300점을 넘겼다. 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점수가 올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학원에서 연습문제를 많이 푼 게 도움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스펙을 갖추면 대학에 진학하기가 유리해짐에 따라 수학경시대회 등의 입상을 목표로 하는 학원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현직 교사를 집으로 불러 과외를 받는 경우 학부모들이 ‘쉬쉬’하지만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원에서 학교교사들을 과외교사 풀(Pool)로 확보하고 학생들을 1대1로 연결해 주는 일도 있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미국까지 와서 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대한 비판목소리가 작지 않다. 우선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올릴 수는 있지만 다양한 경험과 봉사활동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성공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교육위원을 지냈던 김경화 ‘함께하는 교육’ 대표는 "SAT반을 예로 들면 문제유형에 맞춰 답을 찾는 방식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 많다. 점수를 올릴 수는 있지만, 실력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SAT점수를 잘 받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들어온 미국 학생들 속에서 견뎌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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