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 보는 나’보다 자문자답 해보라
▶ 대학입학 후 스스로 맞는 전공 발견... 기초학문 쌓은 뒤 변경·결정 가능
자녀의 적성을 판별하기 힘들 경우에는 적성검사도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부모와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녀의 적성과 재능을 일찍 알아본다면 자녀가 전공을 선택하고 올바른 커리어를 갖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보 주최 칼리지 엑스포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강의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전공선택 요령]
“아이에게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를 보라. 그러면 아이는 변할 것이다.” 위스콘신 의대 임상심리학 교수 대럴드 트레퍼트의 말이다. 자녀들을 키우다 보면 분명 어릴 때부터 아이가 유난히 관심과 흥미를 보이거나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데, 지나고 보면 그것이야 말로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겠다는 후회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생들도 전공 선택에 관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고 스스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학 진학에 앞서 전공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대로 ‘너 자신을 알라’ 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시절 무엇을 좋아했는지, 또한 무엇을 잘했는지 어떤 커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지 백지 위에 하나씩 적어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이 보는 나’도 참고로 해야겠지만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나는 이 분야를 좋아하는데 부모님은 졸업 후의 진로와 일자리 등을 고려해 전혀 다른 분야를 권한다면 이럴 때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신의 성향과 원하는 전공이 무엇이라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쉽게 결정하기 힘든 경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한다. 급하게 서둘다가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를 결정할 수 있는 전공 선택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사실 자신을 가장 많이 아는 당사자는 바로 학생 자신이다. 또한 자녀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의 역할과 조언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조언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은 일단 고등학교 카운슬러를 만나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선배에게 학창시절 어떻게 전공을 결정했는지 물어본다. 일찍 전공을 결정한 친구가 있다면 편하게 그 과정을 물어볼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답변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좋은 예이다.
1. 나는 어떤 커리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2.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 또는 보람을 느끼는가?
3. 개인적인 관심사는 무엇인가?
4. 고등학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거나 가장 좋아했던 과목들은 무엇인가?
5. 만약 커리어 적성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6.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7. 커리어로 연결시키는 것을 고려할 만한 취미가 있는가?
8. 대학 졸업 후 살기를 희망하는 지역이 필요로 하는 커리어 분야는?
■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정확하게 분별한다.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 넌 커서 뭐가 될래” 등은 부모 세대 역시 어릴 때부터 성장하면서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고 다시 자녀 세대에게 되묻는 질문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희망사항과 재능은 반드시 일치하진 않을 뿐더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문제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과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데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긴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지휘자가 장래 희망인 자녀가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지휘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휘자는 수많은 단원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선천적인 재질을 타고 태어나야 가능하다.
자신이 정말로 음악을 즐기는데 지휘자 혹은 연주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의 능력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오케스트라의 진행과 운영을 돕는 경영인 혹은 이벤트 진행자로 일할 수 있다. 즉 음악을 부전공으로 하면서 전공을 경영 혹은 비즈니스를 하는 등 현실적인 전공 선택의 접근방식을 취할 수 있다.
■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자녀의 적성과 재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사랑하는 자녀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것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다. 그리고 강점을 최대로 잘 이끌어줘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재능을 일찍 알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녀의 적성과 재능을 무시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 혹은 취업을 위해서 자녀에게 맞지도 않는 전공을 강요했다가 후회하는 부모들이 많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강점을 가능하다면 일찍 발견해야 한다. 즉 자녀가 무엇을 잘 하는지 능력을 잘 살펴본다. 분명히 어릴 시절 놀 때도 보일 것이고 학교의 성적표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결국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는 자녀의 호기심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을 갖고 몰입한다면 결국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자녀의 적성을 발견하기 힘들 경우 하루에 정말로 좋아하는 수업이 하나라도 있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 적성검사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자녀의 적성이 확연하게 드러날 때는 전공을 결정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부모도 자녀의 적성을 판단하기 힘들고 학생 자신도 적성이 여러 분야에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적성검사를 참조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중에는 여러 종류의 적성검사가 나와 있고 적성검사마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자녀가 중·고등학교 때나 혹은 대학교 때 시간과 경비를 들여 적성검사를 해본 후 정말 현실적으로 일치하는지 검증도 해보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다중지능 교육연구소 케이 김 원장은 “미국의 대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평균 전공을 3~4번 정도씩 바꿀 정도로 자신의 전공을 사전에 정하지 못해 시간과 정력을 많이 낭비하고 있다”며 “자녀의 적성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진학 및 진로 지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적성검사를 통해 ▲우리 아이가 커서 뭐가 될까 ▲어떤 지능이 가장 뛰어날까 ▲공부, 음악, 미술, 운동 무엇을 시켜야 할까 ▲아이에게 적합한 전공학과 선택 ▲아이 성격의 장ㆍ단점 ▲성격과 적성에 맞는 미래의 자기 직업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
■ 입학 후 전공변경 주의점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실제로 대학에 진학해 보니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즉 A라는 과목을 좋아해서 해당 전공을 택했는데 실제로는 B라는 과목을 좋아할 수 있다. 미국 대학은 다행히 전공 선택 및 변경에 대해서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설령 전공을 미리 선택했다고 해도 입학 후 이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많은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고교 졸업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분명했는데, 막상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실제 자신에게 맞는, 그리고 더 관심이 가는 다른 전공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전공을 바꿀 경우 서로 다른 두 전공의 성격에 따라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갔는데, 엔지니어링 스쿨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고, 옮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 공부는 장기전이다
전공은 자신이 정말 공부하고 싶고, 졸업 후 사회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대학 입학 때부터 특별한 분야에 관심과 열정이 있어 공부를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을 갖고 차분히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데 영어를 전공했다고 해서 공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너무 특정한 분야에 치우친 단과대학보다는 일반적인 접근이 가능한 기초학문을 가진 단과대학을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초학문을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은 뒤 대학원 진학에서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것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권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