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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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노마드’

2014-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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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만 / 목사

‘호모 노마드’(homme nomade). ‘유목, 이동, 이주, 도약’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인류의 역사가 열린 이래로 인간은 끊임없는 ‘유목, 이동, 이주, 도약’이라는 역동적 노마디즘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류 역사와 문명 자체가 정주성보다는 노마드적 유목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노마드적 삶을 살았던 대표적 민족은 누구일까. 히브리인이다.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은 노마드적 삶을 살았던 최초의 히브리인이다. 아브라함은 그가 믿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갈대아 우르를 떠나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이주함으로 노마드적 삶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근대에 들어와 가장 모범적인 노마드 백성은 누구일까. 필그림이다. 청교도 중 가장 노마드적 비전으로 가득 찼던 필그림은 영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1620년대에 신대륙을 향한 도약의 돛을 올렸다.


필그림이 빌린 ‘메이플라워’는 180톤에 불과한 작은 범선이었다. 이 배로 험한 대서양을 횡단하기에는 무리였다. 더욱이 광물과 음료수를 운반하는 화물선인 메이플라워는 다수의 여성으로 구성된 105명의 필그림을 싣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그림은 노마드적 모험심으로 신세계에 과감히 도전했다.

1620년 9월6일 아침 해가 떠올랐다. 메이플라워는 돛을 높이 올리고 신대륙을 향해 힘차게 출항했다. 배는 65일의 험난한 항해 끝에 신대륙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섬 케이프카드에 도착했다. 1620년 11월9일이다. 그들은 육지에 바로 내려오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플리머스로 옮겨 닻을 내렸다. 1620년 12월11일이다.

필그림 청교도들은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바로 이주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신앙의 자유와 새로운 삶을 위하여 네덜란드 라이덴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영국을 거쳐 신대륙으로 들어 온 전형적인 노마드였다.

정착 일 년 만에 절반의 희생자가 나왔다. 살아남은 필그림은 50여명에 불과했다. 생존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인디언들과 조우했다. 인디언들은 필그림들에게 곡식 종자와 약초를 주며 환대했다. 필그림은 1630년이 될 때 까지 겨우 300여명만이 거주할 정도로 작은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작은 숫자는 미국의 종교와 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18~19세기 동안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운동은 필그림의 회심 신앙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헌법의 건국이념이 필그림의 계약 신앙에서 나왔다. 필그림의 강한 노마드 정신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지금 있는 자리에 정주하지 말라. 아브라함과 필그림의 유목의 정신을 본받으라. 지금 이 시대는 강한 유목의 정신으로 무장한 ‘호모 노마드’적 리더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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