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이 시행된 후 한국인들의 미국 방문비자 거부율이 6배 가깝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국무부가 4일 공개한 2014회계연도 비자거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미국 방문비자(B1, B2)를 신청한 한국인에 대한 비자 거부율은 21.2%로 조사됐다.
미국 방문비자를 신청하는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 넘게 거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비자면제국 지위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비자 거부율 18.1%보다 3.1% 포인트 급상승한 것으로, 2008년 말 무비자 시행 이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17.4% 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비자면제협정 이전의 한국인 방문비자 거부율은 ▶2006년 3.6% ▶2007년 4.4% ▶2008년 3.8% 등 3~4%를 유지하다 2009년 5.5%, 2010년 9.4%으로 상승세로 반전후 2011년 7.5%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두자리 수 거부율을 기록하기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한 상태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방문비자 거부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비자 시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VWP 가입국민들은 방문비자 없이 90일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체류가 가능한 방문비자를 받으려면 그만큼 거부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비자면제국으로 지정되거나 유지하려면 3%대의 낮은 방문 비자거부율을 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비자 거부율이 이같은 추세로 지속되다간 박탈도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2002년 아르헨티나, 2003년에는 우루과이의 비자면제국 지위를 취소한 바 있다.<김노열 기자>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