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지난 달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량파괴무기(WMD)비확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유엔>
공식의제 채택위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찬성 필요
내년 1월 교체되는 5개 이사국 중 찬성 2개국뿐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달 중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할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를 넘겨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 내년 1월 교체되면 안보리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자칫 하면 비상임 이사국이 또 다시 바뀔 때까지 1년을 더 기다린 뒤 가능성을 저울질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현 이사국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 달 18일 “북한에서 수십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돼왔다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결론을 인정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COI의 결론과 권고를 검토하고 북한인권 실상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과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표적한 효과적인 제재를 포함해 적절한 책임추궁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 한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A/C.3/69/L.28/Rev1*)을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비록 형식적인 절차이기는 하지만 이달 셋째 주로 예상되는 유엔총회 전체회의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안보리가 연내에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려면 오는 25일 성탄절을 전후해 반드시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현재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 이사국과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차드, 칠레, 요르단,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나이제리아, 르완다 등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안보리가 특정 사안을 공식 의제로 채택하려면 총 15개 이사국 중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들 안보리 이사국 중 유엔총회 제3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는 12개에 달한다.오직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나이제리아가 기권표를 행사했다.따라서 현재 안보리에서는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데 있어 충분한 이사국 지지도가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 해 비상임 이사국으로 진출한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룩셈부르크, 르완다 등 5개국의 임기가 이달 끝나고 말레시아, 베네주엘라, 뉴질랜드, 스페인, 앙골라가 내년 1월 자리를 넘겨받는다.
문제는 임기를 마치는 5개 비상임 이사국 모두가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그리고 한국의 자리를 넘겨받는 말레시아와 르완다를 교체하는 앙골라는 지난 표결에서 각각 기권표를 행사한 국가들이다.또 아르헨티나를 이어 안보리 활동을 하게 될 베네수엘라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따라서 내년 1월 새롭게 구성되는 안보리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국가가 현 12개에서 9개로 줄어든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즉 단 1개국만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면 내년 중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의제로 논의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더욱이 아직 1년 더 임기가 남아있는 차드의 경우 비록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앞서 쿠바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상정한 북한인권결의안 수정안(A/C.3/69/L.63)에 반대표가 아닌 기권표를 행사한 바 있어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되는데 있어 일종의 ‘와일드카드’(wild card)로 남아있다.
찬성 40, 반대 77, 기권 50표로 부결된 쿠바의 수정안은 북한인권결의안의 가장 핵심 내용인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돼왔다”와 “안보리가 COI 결론과 권고를 검토하고 북한인권 실상을 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권고하는 2개 조항을 삭제한 것이었다.
특히 차드는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은 국가로 자신들이 쥐고 있는 ‘와일드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보리의 북한인권 문제 공식 의제 채택 절차를 서두르지 않고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한 국가들이 연내에 북한 인권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확정짓기 위해 이사국들을 상대로 한 물밑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인류 보편적 가치
북한인권 문제를 지난 10년에 걸쳐 꾸준히 지적해온 유엔이 드디어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이를 가능케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결론과 권고를 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가 COI 보고서에 언급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COI 보고서는 북한에서 수십년에 걸쳐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돼왔음을 확인했다.또 이를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인권 실상을 ICC에 회부하는 책임추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도에 반하는 죄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표적한 효과적인 제재도 촉구했다.
즉 북한 체제 자체와 그 체제를 이끌고 있는 최고위급 지도자들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도마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하기에 유엔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가 지난 달 18일 안보리의 행동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가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안보리 회의규칙에 따르면 공식 의제 채택에 있어서는 총 15개 이사국 중 9개 이사국의 찬성만 있으면 가능하다. 또 안보리 의제 채택은 결의와는 달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아 특정 상임이사국이 독단으로 다른 이사국들의 뜻을 막을 수가 없다.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 안보리 결의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들의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뤄질 때까지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논의로 이어진다.
1일이 걸리던 10년이 걸리던 문안과 내용 정도가 조절되며 궁극적으로 모두가 찬성할 수 있는 결의안을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즉 60년이 넘게 국제사회 ‘레이더’(radar)를 피해온 북한인권 문제가 연일 국제무대에서 전면으로 조명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기에 안보리의 북한인권 문제 공식 의제 채택은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10년에 걸쳐 내린 결단이 내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교체로 이행에 차질을 빚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올해가 가기 전에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안보리 이사국들을 결집하는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그래서 연내 반드시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해야만 한다.
국제사회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또 보호하지 않는 북한 체제를 단 하루라도 더 방관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누릴 권한이 북한주민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