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연 그럴까요, 크럭먼 박사님?

2014-11-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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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권 워싱턴 평통 간사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럭먼이 요즘 편파적인 민주당 응원을 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크럭먼이 15년 전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처음 기고하면서 부터 줄곧 읽어 온 그의 글은 항상 해박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서 좋았다. 좀 과격한 말을 해도 자기 주장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좋게 받아 들였었는데, 최근의 그의 주장은 해박하거나 과격한 게 아니라 완전히 빗나간 듯하다.
먼저 크럭먼이 지난 11월 4일의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을 역대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대통령 중의 하나라고 선언한 것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이해하기 힘든 이 말에 크럭먼의 이유가 뭔지 읽어보니 오바마가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대통령 중의 하나인 이유는,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면 미국 경제는 더 악화될 뻔 했는데, 오바마 덕에 덜 악화되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고, 같은 민주당 후보들이 오바마를 기피하고, 오바마를 캠페인 장에 초대해 주는 것이 마치 오바마한테 큰 혜택이라도 주는 듯한 분위기는 무엇을 뜻했던가? 그것은 곧 적어도 국민들과 정치인들 생각에는 오바마가 역대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 아닌가?
크럭먼의 글을 읽고 그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우리가 우리의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그저 더 악화될 것을 방지해 주기를 바래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영광스런 미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선출하는 것이다.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소망과 새 지도자에 대한 믿음의 표현인 것이다. 그저 더 악화되지 않게만 해 주는 것은 이 위대한 국가의 목표로서 충분치 못하다.”
선거 후 크럭먼은 또 하나의 글로 실망을 시켰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도적 승리를 한 이유는 공화당의 더러운 전략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고의적으로 국회와 백악관을 무력화 시키고 방해를 하여 오바마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게 한 후, 거짓 공격으로 유권자들을 속였다는 내용이다.
나는 오바마를 두 번씩이나 지지한 사람으로서 이번 민주당의 패배는 공화당의 더러운 전략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선거에 더러운 전략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또한 더러운 전략은 공화당만의 독점물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것 보다 더 치명적인 이유는 먼저 오바마가 정말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고, 또 무엇보다도 민주당 내에서 내분이 심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직후,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이며 민주당 의원인 해리 리드의 수석보좌관 데이빗 크론이 “백악관의 정치 팀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알지도 못했고 능력도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언론이 “백악관의 정치기계는 한 사람만을 위해 있는 것 같다”며 같은 민주당 지도자들과도 가까이 지내지 못하는 오바마를 공격했다.
민주당 대통령이 같은 민주당원들로 부터 공개적으로 비난받고 공격당하는 희귀한 일이 벌어지는 판에, 그 당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겠는가? 결코 공화당의 더러운 전략만이 민주당 패배의 원인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우리 해박한 크럭먼 박사께서 더 이상 정치적인 글 보다는 경제 관련 글을 알기 쉽게 써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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