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의 날은 언제?

2014-11-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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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렬 / 교육가

올해가 독일이 통일된 지 25년이 된다. 동독과 서독이 합쳐져서 하나가 된 지 25년이 된다. 부럽다. 우리보다 먼저 하나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질긴 소련이 동쪽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념으로 마련한 장난감 브란덴부르크 문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만 남았다.

특별한 이날, 떠오르는 학부모가 있다. 그는 뉴스를 듣고 곧 삼남매를 베를린으로 보냈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이게 산 역사공부니까 망설임 없이 떠나보냈어요. 이런 기회가 일생에 몇 번이나 있겠어요.”

그의 말이 옳다. 용감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통일은 자녀들의 뇌리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25년이 지났다. 궁금하다. 그때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켜본 학생들의 현황이 알고 싶다.

어느 날 지하철을 바꿔 타려고 사람 틈을 지나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대학원 학생으로 커다란 악기가방을 메고 있었다. 둘이 반갑게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녀는 두 자녀의 어머니다.

그러나 애들을 맡기고, 음악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직업은 글 쓰는 일이고, 가끔 번역도하고...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그녀가, 25년 전 독일 통일의 현장을 목격한 삼남매의 막내이다. 그녀를 통해서 오빠와 언니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답게 살고 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면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각자의 세계관과 장점을 살리면서 삶을 즐기고 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25년 전 독일에서 본 기쁨의 현장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을까? 세계인이 독일의 통일을 축하하는 것은, 독일이 제 모습을 찾았다는 점 때문이다.


요즈음 압록강 철교를 새로 만든다는 소식이 있다. 필자가 보통학교 5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 걸어서 건너간 철교가 생각난다. 강폭이 넓고,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물이 시퍼렇게 보여 몸서리쳤다. 거기에 떠서 흘러가는 뗏목, 그 건너편에 있는 중국 땅 안동(단동), 이어서 평양의 을밀대, 대동강... 등이 생각난다.

이렇게 서울 학생들이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언제가 될까?

‘통일’은 우리의 길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이 있다. 첫째,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의 마음을 ‘통일’로 모으는 것이다. 둘째, 모든 한민족의 지혜로 통일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셋째, 우리들의 염원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그들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다.

통일은 우리의 꾸준한 열의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며, 꼭 이루어야 하는 일이다. 왠가? 하나의 몸이 상반부와 하반부로 나뉘어선 제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 현 상태는, 세계정세에 어둡고, 사리의 판단력이 약했던 우리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어이없이 이루어진 일이다. 우리들이 자기의 일을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맡긴 결과이다.

25년 전 독일이 하나가 되던 날, 현장을 지켜본 남매들에게 묻는다. “한국의 통일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그들은 말한다.

“우리의 통일 염원 불길이 세계를 태울 때!”

이들의 미래 함축의 대답을 거듭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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