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구

2014-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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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길 / 의사

외로울 때, 절실히 도움과 위로가 필요할 때, 막상 찾아갈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음을 알고 놀라움과 함께 인생을 한참 잘못 살아온 것 같아 한없이 슬퍼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똑똑하다든가, 남들 도움 없이 한창 잘나가던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런 말이 있다. “잘나갈 땐 온갖 사람들이 그 주위에 몰려드나 그렇지 못한 땐, 모든 이들이 떠나며, 오직 병마 등 반갑지 않은 손님들만 찾아온다”고.

그래서 평소 덕을 쌓으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또 듣고 있다. 3대의 덕을 쌓아야 그 후손의 장례 날에 일기가 쾌청하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친구란 참 좋은 존재이다. 저쪽에서 이렇게 해주기를 바란다면, 더 더욱 이쪽에서 먼저 다가가 무언가 진정으로 해 주어야 한다. 반대급부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한 친구의 고희연에 다녀왔다. 눈에 띠는 하객 중엔 병마에서 시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할 지 몰랐었는데, 고희를 맞은 친구가 이분을 초청한 배려 깊은 마음에 찡함을 느꼈다. 병마로 고통 중에 있는 그 분과 아무 말은 비록 못했지만 포옹과 오랫동안 쥔 양손 악수로 서로 할 말은 다한 것 같았다.

중국의 고사가 생각난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이 그것이다.

중국 진나라 때 유백아라는 거문고의 대가가 사신으로 고향 초나라에 갔을 때, 휘영청 밝은 달밤에 거문고를 뜯으니 종자기라는 고향 친구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있었다. 놀랍게도 백아가 강물을 바라보고 거문고를 켜면, 종자기도 강물을 쳐다보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고향 친구에서 의형제로 발전했다. 이듬해 다시 고향을 찾았을 땐, 종자기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백아는 거문고를 마지막 켜고 줄을 끊어 버렸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음을 슬퍼한 것이었다.

이런 경지의 친구관계를 지음지교(知音之交)라 하며, 친구관계에서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친구 관계뿐이겠는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해당되어져야 할 좋은 표본이다.

서로 허물을 덮어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은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아니 모든 인간관계에서 선택 아닌 필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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