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인권침해 자행...김정은 형사 처벌해야”
▶ 한국.일본 등 총41개국 공동발의...이태리 공식 제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 리수용(왼쪽) 북한 외무상이 9월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예방을 계기로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엔>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총회 제3위원회(사회, 인권과 문화)가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이태리가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 초안(A/C.3/69/L.28)을 일반에 공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3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을 포함해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총 41개국이 공동발의 한 초안은 8쪽 분량으로 북한에서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총회의 깊은 우려를 표한 내용이다.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적한 북한인권침해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주목했다.
초안은 특히 “북한에서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된 믿을만한 근거를 제공하는 정보와 증언을 수집했다는 COI의 결론을 지지 한다”고 밝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주범을 김정은으로 간접, 꼬집었다.
따라서 총회가 “COI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한 것을 결의하고 안보리가 COI의 결론과 권고를 검토해 북한인권 실상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과 COI가 지적한 반인도적 범죄에 가장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당사자들을 표적한 효과적인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포함한 적절한 책임추궁 조치를 취할 것을 장려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초안은 이외에도 북한 정권을 향해 총회가 “모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존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 한다”는 압박도 잊지 않았다. 즉 안보리가 북한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해 ICC는 북한 체제를 심판하는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유엔총회의 결의를 확인하는 문서이다.
당연히 북한은 지난 달 28일 총회 제3위원회가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부터 지난 1년간의 활동보고를 받는 자리에 나서 결의안 초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10년간 매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부터 제의 받은 회동 요청을 무시해오다 돌연 입장을 바꿔 주유엔 북한대표부 직원들과 제69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외무성 관리들이 뉴욕에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을 직접 만나 결의안 초안 내용 중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라...”와 “안보리가 북한인권 실상을 ICC에 회부하는...” 대목 문구의 삭제를 유엔 인권 관계자들의 방북초청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도 결의안 초안이 공개되자 즉시 조선중앙통신에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미국은 인권분야에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화와 협력이 실현돼 우리 인민의 인권 향유가 더욱 증진되고 우리 공화국의 대외적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 두려워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을 기를 쓰고 외면하고 부당한 요구조건들을 내들며 우리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 분위기를 유지해 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전은 또 “미국의 이런 장단에 추종해 EU가 끝끝내 지난시기보다 더 악랄할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강행한다면 인권문제에서 우리와 관여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사라지고 말 것이며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후과가 초래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어 4일에도 역시 조선중앙통신 선전을 통해 미국의 정책을 맹렬히 공격하며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들과의 진정한 인권대화에는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우리를 전복하려는 적에게는 인권대화는 물론 핵 대화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태리가 지난 달 27일 공식 제출한 결의안 초안은 오는 17일 총회 제3위원회 표결을 거쳐 내달 총회에서 채택 절차를 밟게 되며 193개 유엔회원국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를 통과할 경우 북한 인권 문제가 드디어 안보리에서 공식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결의안 초안의 유엔 제3위원회 표결을 앞둔 오는 10일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 할 예정이다. yishin@koreatimes.com
■ 기자의 눈/ 북한의 ‘막판외교’(endgame)
"북한 체제가 내일 무너지거나 아니면 6개월 뒤에 그러하거나 하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이유는 그 체제를 떠받들어온 기둥이 그동안 계속 썩어왔기 때문이다.“
수미 테리 뉴욕 컬럼비아대학 수석연구원.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 한반도 국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학자로 변신한 테리 박사가 최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찾아 수석부회장 스티븐 노퍼 박사를 만났다.
둘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실시해오고 있는 ‘분석가’(analyst) 프로그램 아래 한반도 현황을 ‘막판외교’ 차원에서 접근, 논의했다.“김일성은 엘리트들의 충성(loyalty)이 있었고 김정일은 지지(support)가 있었다. 김정은은 충성과 지지를 다 얻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과연 그러 한가?”가 테리 박사가 던지는 질문이자 답이다.
지난 30년 미국 정부의 1급 비밀을 포함, 모든 관련 정보를 직·간접하며 북한을 ‘현미경’아래 놓고 ‘관찰해’ 왔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곳의 최고위급 차원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역시 확신할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북한은 지속될 수 없는 체제임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바로 그가 ‘미국외교협의회’(CFR)의 정기 간행물인 ‘외교관계’(Foreign Affairs)의 7/8월호에 기고한 “하나이자 자유의 한국”(A Korea Whole and Free)이라는 글의 핵심이다.
기고문은 출판 직후 소위 ‘한반도’, ‘북한’ 전문가와 학자들, 정치인과 외교관들로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들의 찬반 논의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테리 박사는 비록 시기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남북통일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그는 더 나가서 과감하게 북한이 ▲ 중국의 경제개혁 모델을 따르면서 무력위주를 피해 서울과 점진적으로 화해한다, ▲경제와 사회적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내파’(implodes)해 한국에 흡수 된다와 ▲한반도가 군사충돌로 통일 된다는 3개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리고 첫 시나리오에 대해서 모두가 가장 바라는 ‘부드러운 착륙’(soft-landing)이지만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이유를 “북한이 변화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실상이 바로 현 체제의 유지를 위해 형성, 조장되고 있어 변화란 결국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며 북한 집권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또 모두가 가장 원하지 않는 셋째 시나리오도 가능성 차원에서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
김정은이 비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살적이지는 않다는 견해에서다.결국 ‘격렬한 착륙’(hard-landing)이기는 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며 한,미,중,일,러를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과 국제사회가 속히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이 취해야 할 첫 대비책으로는 결국 다가올 수밖에 없는 북한의 ‘내파붕괴’를 지체하는 체제 ‘떠받들어주기’(prop-up)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대북 유화와 강경책 주의자들 모두의 “나도 한마디...”를 불러일으킨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최고지도자, 즉 체제 자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을 막아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활이 걸린 듯 대놓고 펼치는 그들의 ‘막판외교’에서 초조함이 보여 테리 박사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