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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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으로 무장하라

2014-11-03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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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혹독한 겨울에 코끼리까지 이끌고 한니발 장군이 알프스를 넘는다는 소식을 접한 피아첸차에 주둔하고 있던 로마군의 사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겨울에는 약속이라도 하듯 전쟁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거나 병사들을 고향으로 보내는 것이 당연시됐던 시대라, 달콤한 휴식을 기대했던 병사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집정관 코넬리우스는 사기를 올리기 위해 병사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새로운 적과 싸운다고 생각지 말라. 그들은 우리가 23년 전에 무찌른 패배자의 잔당일 뿐이다. 게다가 적들은 알프스를 넘어오느라 이미 전력의 3분의 2를 잃었으며 목숨을 부지한 병사들도 추위와 굶주림에 병들고 지쳐 싸울 의지도 없는 떠도는 유령들에 가깝다. 이 전투는 우리의 국토 이탈리아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한편 카르타고군의 숙영지에서도 한니발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사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그는 로마의 귀족 출신인 코넬리우스와 달리 자신을 중심으로 병사들을 둥글게 둘러서게 하고 포로로 잡은 갈라리아인들을 가운데로 끌어냈다. 비쩍 마르고 온몸은 동상에 걸려 마치 유령 같은 포로들에게 결투하여 이긴 자는 말을 태워 고향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갈라리아 포로들은 모두가 결투를 희망했으며 불과 몇 분 전까지 동료였던 그들은 아귀가 되어 서로를 죽이는 처절한 결투가 시작되고 이긴 자에게는 약속대로 자유를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경하는 한니발의 병사들은 기필코 이겨야 한다는 똑같은 감정을 품게 되었다. 결투가 모두 끝나자 한니발이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우리가 지금 본 것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엄연한 우리들의 현실이다. 우리의 왼쪽과 오른쪽은 바다로 막혀 있어 도망치려 해도 배가 없다. 또한 등 뒤에는 목숨 걸고 힘겹게 넘었던 죽음의 알프스가 버티고 있다. 우리가 방금 본 갈라리아 포로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싸운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승자가 되면 신조차도 부러워할 만큼의 보수를 받겠지만 패한다면 죽음만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고대 국가 전투의 특징 중 하나는 전력의 열세에 있던 군대나 나라가 대부분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투에서도 누가 더 절박한 심정으로 싸웠는지가 승패의 결과를 가져왔음을 증명한다.

삼성그룹을 승계한 이건희 회장은 막막하기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그룹 전체가 무너질 것 같은 절박한 위기감까지 느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 가운데 아무도 자신과 같은 절박감을 느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불고기 3인분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식가인 자신이 식욕이 떨어져 하루 한 끼를 간신히 먹을 정도였다고 저서를 통해 밝힌 적이 있다. 그 절박감은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자”라는 ‘신경영 선언’을 하게 했으며, 이는 소니 등 당시는 넘볼 수 없었던 선두기업들을 제치고 삼성이 일등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은 경영난에 빠져 도산을 걱정하는 공포심과는 확연히 다르다. 성공을 목표하는 전자는 베타 엔돌핀을 생성해 조직에 활력을 주지만, 후자는 패배의 불안감에 아드레날린을 분출시켜 자신과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같은 절박감에도 이와 같이 완전한 다름이 있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사업을 구상할 때 큰 목표와 꿈을 갖지만, 시작하는 순간 치열한 경쟁에 휘말리고 미래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이 기다린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성공하고 나아가 일등기업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체념할지 모른다. 그러나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자신이 품고 있는 성공의 간절한 열망과 실패하지 않겠다는 절박감을 조직원 모두에게 똑같은 무게로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일등기업을 이루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승자가 되면 신조차 부러워할 보수를 받겠지만 패한다면 죽음만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경영자 자신부터 먼저 이런 절박함으로 무장하여 조직으로 확산시켜 보라.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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