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석유의 저주

2014-10-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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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

‘개스 값 2달러대 시대’-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머지않아 그리 될 것 같다’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레귤러 가솔린 가격이 지난17일 현재 미 전국 평균 갤런 당 3달러14센트를 마크했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미 전국의 개스 스테이션 세 개 중 하나는 3달러 이하로 팔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주 동안 갤런 당 10센트가 떨어졌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22센트가 하락했다. 앞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게 ‘개스 값 2달러대 시대’다.
무엇이 이걸 가능하게 했나. 원유가 하락이다. 지난 6월초만 해도 배럴당 110달러대를 크게 웃돌았었다. 그 원유가가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불과 수개월 사이 25%의 하락률을 보인 것이다. 그 원유가는 더 떨어져 배럴당 60달러까지 내려 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요는 별로 늘지 않고 있다. 반면 공급은 늘었다. 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원유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굿 뉴스인가, 배드 뉴스인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굿 뉴스다. 개스 값이 갤런 당 10센트가 떨어질 때 마다 평균의 미국 가정은 연간 120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니까.

대부분의 석유수입국 입장에서도 굿 뉴스다. 원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떨어질 때마다 세계의 GDP는 0.5% 증가하고 그 혜택은 주로 석유수입국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배드 뉴스일수도 있다. 석유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배드 뉴스 정도가 아니다. 저주로 들린다. 석유독재체제로 불리는 나라들의 입장에서는. 그 케이스의 하나가 베네수엘라다.

수출의 95%가 석유다. 그러니 원유가 고공행진이 엉망진창 상태의 베네수엘라 경제에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다. 배럴당 120달러가 유지될 때 근근이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원유가가 그런데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경고는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사태 가능성이다.


베네수엘라뿐이 아니다. 석유만 팔아먹고 살았다. 그런 제3세계 석유독재체제들도 비상상황을 맞았다. 자칫 국가부도에 ‘실패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거기에 하나 더. 푸틴의 전성시대도 이제 끝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일부에서의 관측이다. 중앙정부 재정수입의 52%를 차지한다. 전체 수출의 70%에 이른다.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판매 의존도를 말하는 거다.

한 마디로 국제 에너지시장의 변동에 극도로 취약한 게 러시아 경제다. 과거 소련제국 붕괴의 주요 요인도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국제시장의 에너지가격의 급락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나오는 말이 푸틴 전성시대의 종언인 것이다.

석유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아무래도 저주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독재체제에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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