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이 ‘실버’라니?

2014-10-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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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고영주 / 수필가

여기 금화, 은화, 동전이 있다고 하자. 노인은 어디에 해당할까? 물론 은화가 정답이다. 평생을 달려온 메달 경쟁에서 겨우 은상이라니 은퇴 선물치고는 정말 실망스런 성적이다. 인생 경륜으로 보나 사회적 업적, 덕망으로 보아도 절대로 수긍이 가는 말이 아니다.

실버라는 표현은 노인들의 머리카락이 은빛처럼 하얗다고 일본 사람들이 붙인 말에서 시작됐다. 왜 하필 실버인가? 하얀 머리카락 하나 뽑아 백열등에 비춰보자. 신기하게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광채는 환상이다. 금빛보다 아름답고 눈빛보다 고결하다.

이것은 조물주의 조화요 선물이다. “그래, 노인은 백금이다. 녹 쓸지 않고 닳지 않는 백금이야.” 경로석을 만들고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백전노장이라고 치켜세우기 전에 ‘실버’ 인생 대신 ‘플래티넘’ 인생이라고 훈장을 달아주면 어떨까.


사회학자 브린튼은 ‘노인을 대접하지 않는 사회는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했다. 지갑도 열고 봉사도 하고 남은 돈을 사회에 도네이션하며 인생의 노후를 장식하는 멋쟁이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실버타운이란 이름은 왠지 노후하고 쇠락한 느낌이다. 그곳은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드는 이별의 종착역이 아니라 웃음과 행복으로 마무리하는 감사와 축복의 자리여야 한다.

“플래티넘 타운! 언덕 위에 반짝이는 하얀 집. 누구나 한 번은 찾아갈 인생의 보금자리. 망향의 동산.” 거기서 백금 물결을 머리에 이고 사슴처럼 사는 노인을 생각하면 십 년은 더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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