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스턴 박물관에 한국도자기 전시공간 마련한 정설 코디네이터
전시중인 한국 도자기
정설 프린스턴 박물관 한국 도자기 코디네이터가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 미술 고고학과 (Department of Art and Archeology)에서 현재 박사학위를 하고 있는 정설씨가 프린스턴 대학 곳곳 흩어져 있던 한국 도자기들을 한데 모아 한국도자기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지금까지 프린스턴 박물관과 이 과에는 한국 전문 교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전문 학자들이 한국을 취급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난 9일 갤러리 토크 시간을 통해 정 씨는 자신이 기획한 열점의 도자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열점 모두 보전되어 내려 온 것이 아니라 고분에서 발굴된 것들이기에 인류학적 접근과 미학적 시각이 함께 필요하다는 설명했다.
이 중 유일한 삼국시대(57BC-AD668)작으로는 회색빛 ‘구멍 난 받침이 있는 그릇(Cut-stem bowl)’으로 요즘도 음식을 따뜻하게 제공하기 위해 촛불로 그릇을 데우는 장치를 쓰듯이, 아마도 연기가 나가거나 열을 가하기 위해 그릇받침에 네모난 구멍들을 냈던 토기이다.
특이한 점은 당시 세계 최초로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도자기가 생산되었는데 이번 작품이 그 전형적인 공법을 통한 작품이라고 한다. 삼국시대 도자기는 회색빛이 특징인데 이는 재 유약(ash glaze)이라고 가마방의 산소를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로 단단하고 물이 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도자기 옆에 전시되어 있는 건 고려시대(918-1392) 작품으로 재 유약 기법으로 만들어진 매병이 있다. 고려로 넘어오면서 여러 가지 도자기가 만들어지다가 궁극적으로 청자에 이르게 되었다. 푸른빛과 초록빛이 함께 감도는 청자는 대개 개성 근처의 무덤들에서 출토됐는데, 아름다운 연꽃 형상이 새겨진 물병, 학과 구름이 노니는 매병, 꽃무늬가 둘러쳐진 대접, 기름병, 컵과 받침, 그리고 목이 긴 꽃병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와의 차별화가 절실했던 조선시대(1392-1910)에는 분청사기를 만들었다. 전시되어 있는 분청사기 대접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청자의 맥을 계승하는 분청사기는 같은 재료를 사용해 다른 장식적 효과를 얻은 케이스다. 세종대왕(1397-1450)은 종래 쓰이던 금 그릇들을 마다하고 이 분청사기를 썼다고 한다.
이처럼 분청사기는 조선 시대에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다가 임진왜란(1592-1598) 이후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반면 한국에서 잡혀 간 도공들에 의해 한국도자기는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인기를 끌며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 시절 일본의 다도에서도 중국제 찻잔이 한국산으로 바뀐 흔적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전시작은 푸른 꽃이 장시된 18세기 백자 항아리였다. 한국 도기의 모든 것을 다 훑어 볼 수는 없는 제한된 컬렉션이었지만, 한 한국계 학자의 열정으로 이제야 한국도자기가 프린스턴 박물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영국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