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 따끈따끈 세종마음

2014-10-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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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순혜 / 샌프란시스코

연인끼리는 소곤소곤하지만 수군수군 험담하고, 화나면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는다. 양성모음은 밝고 가볍고 작은 느낌이고 음성모음은 어둡고 무겁고 큰 이미지다.

의성어, 의태어는 외국인에게 어렵고 다른 언어로 옮기면 어감을 살리기 힘들지만 내겐 참 정겹고 좋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 딴 과학적인 자음과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철학적인 모음을 토대로 가획의 원리로 글자를 확장한 한글의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난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제자(制字)원리가 밝혀져 그 우수성에 세계가 놀랐고 이는 유네스코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고통 받는 무지랭이 백성에게 문자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세종의 열망은 한자우월주의에 빠진 사대부들의 반대라는 험난한 산을 넘었다.

그가 우리시대의 롤 모델이 되는 이유는 탁월한 리더십에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무조건적 권위보다 토론을 통해 설득하며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백성을 긍휼히 여긴 인간미가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에 닿아있는 그의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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