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색하는 계절

2014-10-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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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채수희 / 수필가

어느덧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대자연은 어김없이 이 땅에 풍성한 수확을 안겨주고 조용히 흙빛으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가을은 모든 것이 소멸하는 허무의 계절만이 아닌 사색의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한다.

확실히 가을이 되면 자신의 미래도 멀리 바라보고 오늘의 내 모습도 세심히 살펴보게 한다.

옛 어른들은 만물 속에 자연의 이치가 들어있다고 했다. 거름이 많은 땅에 초목이 잘 자라고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자연은 인내하고 기만하지 않으며 진실해서 목적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우리 이민생활의 어려움도 자연에서 지혜를 얻어 슬기롭게 극복하고 살아가야 한다.


가을이 되면 생각이 깊어진다. 그 생각 속에서 감사와 사랑도 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랑의 무한함에 감사하게 된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하지만 때가 되면 자연의 낙엽처럼 떠나야 하는 것도 아름답게 생각하자.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기에 이 계절에 우리 모두 사랑과 동행하자. 길은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고 행복과 사랑은 지키는 사람의 몫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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