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사소송 피고가 되다

2014-10-1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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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선우 변호사

이번 목요일에는 워스터 카운티 소재 메릴랜드 지방법원에 가느라고 새벽 5시부터 부산을 떨었다. 나 자신과 나의 아내가 B&N Inc.라는 조그만 철물상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거의 10년전 경험이나 사전 계획은커녕 아무런 연구검토도 없이 순전히 남의 말만 듣고는 그 곳에 있는 닭 농장을 덜컥 사버리는 우를 범한 것이 현재까지 갖은 고생의 원인이 되어왔다. 우리가 스노힐이란 그 동네로 이사만 갔더라도 사태는 달라졌을것이지만 모두 이 근방에 있는 자식들의 반대로 현장부재의 주인 노릇을 한다는게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님을 곧 발견하게 되었다. 전 주인으로부터 물려받은 두 사람 때로는 한 사람을 더 고용하여 닭을 기르게 하는데 문제는 주인의 감독이 없으니까 닭의 사료나 물주기를 게을리하여 닭 사육 성적이 꼴찌 아니면 중간을 넘지 않은 결과가 빈번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직종에 있는 사람들 치고 불우했던 가정환경 및 청소년 때부터 알콜이나 마약중독의 역사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서 거짓말은 예사이고 농장 사무실이나 창고에 있는 부품들을 훔쳐내서 벼룩시장에 내다 파는 일들도 비일비재였으니까 사람들이 자주 바뀔 수 밖에 없었다. 밤에 오는 전화가 무섭기까지 할 정도였다. 닭장에 설치되어 있는 알람이 울리면 농장 고용인들이 전화를 받아 신속히 처리하도록 셀폰도 사주었지만 그들이 대답을 안 해 우리 집으로 연락오는 것도 예사였기 때문이다. 한동안에는 일주일에 한번 나갔지만 휙 둘러보고 돌아오는데야 효과적인 닭 농장 경영이 못되는 것은 물론이었다. 여러차례 고용인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농장 안의 고용인 가옥을 마약 밀매로 쓰는 사람들 등 또 해고되면 집을 곧 비워주어 후임자들이 이사 오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기에 지방법원 출입도 여러 차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목요일 사건은 우리가 민사소송의 피고들이었다.
금년 3월 말썽부리던 한 젊은이 대신 고용한 릭키(Ricky)때문이었다. 델라웨어 주의 어떤 캐프테리아에서 그를 인터뷰 할 때는 나도 아내와 동석했었고 중학교 3년생인 그의 딸도 같이 있었다. 릭키 역시 젊었을 때의 과거 때문에 운전면허가 없어서 우리가 그 곳으로 갔었던 것이다. 릭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했었기에 좋은 인상을 우리에게 준데다가 그의 딸이 학교 성적이 좋아서 의사가 되고자 한다는 점이 우리 마음에 들었다. 그를 고용하기로 결정했을 뿐 아니라 그 딸 아이가 학교에서 A를 받는 과목마다 우리가 일정 금액을 입금시켜 장학기금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약속하기까지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릭키의 부정직성과 비행이 두어 주 지난 다음부터 드러나기 시작해서 결국 그는 5월에 해고되었다. 문제는 그 무렵에 아내가 B&N Inc.철물점에서 받은 청구서에서도 드러났다. 그 철물점에서는 우리 종업원이 가면 물건을 내주고 한달에 한번 청구서를 보내오곤 했었는데 청구액은 매달 200달러 미만이었다. 그런데 이번 것은 975달러인데다가 대부분의 품목들이 릭키의 개인용이었기에 아내가 B&N에 전화를 할 수 밖에. 그 주인의 설명인즉 릭키가 자기 개인용품을 사가면 우리가 그에게 줄 봉급에서 공제하도록 양해가 되어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리 했다는 것이다. 아내가 발끈해서 릭키의 주장을 왜 전화로 확인해 보지 않았느냐고 힐문할 수밖에. 그러면서 개인용품과 농장용품을 나누어 농장용품만 다시 청구서를 보내면 지불을 한다고 했지만 B&N에서는 975달러 전액을 달라고 변호사를 통해 고소를 한 것이다. 그 때 내 자신은 전액을 갚는게 상책이라고 했지만 펄펄 뛰는 아내의 흥분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우리도 할 말이 있다는 변호 근거를 몇 자 끄적거려 보냈던 것이 재판까지 간 것이다.
양쪽 주장을 진지하게 청취한 판사는 아내에게 설명을 잘했다고 추켜주면서도 자신의 결정은 계약법에 묶일 수 밖에 없다면서 릭키가 우리의 종업원으로서 외상을 가져간 것이니까 전액을 B&N에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나도 아내도 B&N 주인이 우리에게 전화 확인을 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니냐고 부언했지만 그것은 상도덕상 문제일 뿐 릭키가 우리의 종업원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B&N이 승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판사의 친절한 설명이었다. 내가 아내에게 싸우지 말고 지불하도록 말했지만 아내가 말을 안들어 이 자리에 나왔노라고 하니까 법정 서기까지도 웃음기 띠운 얼굴이 되었다. 52년 동안 동고동락하자니까 때로는 아내의 어거지 주장에도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이 사건에서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닭 농장이나 무슨 농장이든 부재자 지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꾹 삼키기로 하면서 법정에서 나왔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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