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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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2014-10-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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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박현숙 / 샌프란시스코

어느덧 고향에서 산 세월보다 타향에서 지낸 날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됐다. 오랜 타향살이로 고향에 대한 애착은 그냥 지나간 과거의 일부라고 구태여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뭔 가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길 때가 종종 있다.

나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자갈치 시장이 떠오른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사투리로 알려진 부산 제일의 어시장이다.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과 걸쭉한 사투리가 정겨운 곳이다.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회를 한 접시 먹고 나면 쌓여 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이곳에 와야 사는 맛이 느껴지고 살아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다음으로 태종대와 해운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다. 내 청춘의 수많은 일들이 그곳에서 있었다. 남동쪽에 위치한 태종대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으로 된 절벽들이 장관을 이룬다. 자살바위라고 불리는 신선바위에세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광활한 바다를 감상할 수 하노라면 부산이 내 고향이라서 좋고 자랑스러웠다.


해운대는 친정집에서 바라보인다. 최고의 위락시설과 해수온천까지 있어 일년 내내 북적대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 난 한번도 해운대에서 수영을 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결혼 전까지 떠나보지 않았던 곳, 아직도 엄마와 형제자매가 살고 있는 곳, 자라면서 내 인생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만들어지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내 꿈을 키웠던 곳, 그래서 고향에 대한 추억은 가슴속에 늘 살아있고 언제나 정신적 지주이다.

고향은 살아 있다. 언제나 내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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