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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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여행

2014-09-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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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진 / 건강상담가

지난여름부터 ‘꽃보다 청춘’이라는 케이블 방송의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할배, 누나 편을 이은 세 번째 시리즈인 셈이다. 담당 피디가 만드는 여행 프로그램에는 늘 여행 장소의 아름답고 특이한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동감 있게 담아내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가보고 싶다는 동경심을 끌어낸다.

그들의 여행이 너무나 부러울 즈음, 나에게도 지인들과의 ‘1박2일’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을 두고 있는 나에게 꿈도 꾸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이번 여행 목적지는 중가주에 위치한 페소 로블스라는 와인너리 명소였는데, 오래된 작은 도시 속 다운타운은 웬만한 곳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유명 인테리어 조형작가의 작업실 겸 갤러리를 방문, 기웃거려 보면서 “저런 건 얼마나 할까”하는 현실감을 잊지 않았고, 내가 애써 준비하지 않았기에 더욱 맛난 음식들을 우아하게 즐길 수도 있었다. 제3인류로 구분되는 ‘아줌마’답게 무료 와인시음장을 찾아가 시원한 와인저장고 무료투어와 넉넉한 와인인심 덕분에 그 세계에 살짝 발을 담가 보는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도시인 캠브리아로 향하는 드라이브 길에 만난 태평양 수평선에 펼쳐진 황홀한 일몰과 어둑해진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진 산책로, 해 떨어진 후 해안도로가의 활기찬 야외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들. 모든 순간들이 스냅사진으로 한장 한장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힐링’을 가져다준 여행의 가장 큰 부분은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같은 추억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 친근해진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꽃보다 청춘’의 그들이 다녀왔던 마추픽추를 이야기하며,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고 또 다른 여행을 그리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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