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성의 가치

2014-09-20 (토)
크게 작게

▶ 김영중 수필가

보물은 잃어도 이성은 잃지 말아야 하고 명예를 잃어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의 가치는 바로 이성에 있고 양심이며 윤리도덕도 이성의 기반 위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성이란 참과 거짓,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을 식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한다.

일찍이 데카르트는 모든 사람들이 출생 시부터 평등하게 갖고 있는 이성의 능력을 ‘양식’ 또는 ‘자연의 빛’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성은 어두움을 비추는 빛으로 상징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성과 대비되는 것은 광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말을 한다. 권력이나 돈, 명예가 없이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기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시절이라고.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돈이나 권력, 명예가 없으면 세상살이가 고달파서 맥을 못 추는 인생이 된다. 반면 셋 중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잘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인간 대접 받으며 신바람 나는 세상살이를 할 수 있다고들 여긴다.


그래서일까. 요즈음은 태양 같은 빛의 이성을 돈과 교환하고 이성을 던지고 명예나 권력을 사는 사람들이 부쩍 많은 것 같다. 보물을 잃어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는 먼 옛날의 전설처럼 되었다. 이성을 저버리고 욕망만을 추구하는 광기에 사로잡혀 도덕적 문제가 끊임없고 시끄러움이 떠나지 않는 고통에 찬 사회가 되고 있다. 마치 빛나는 태양이 구름에 가리어 진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귀한 것은 진실이다. 사람은 진실에 바탕 해서 사는 것이 정도인데, 주변을 보면 이성을 상실하고 참이 배제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넘쳐나게 많다. 잘난 것은 분명 축복 받을 일이나 잘난 척 하는 것은 거짓의 몸짓이기에 오히려 복을 쫒는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삶을 사랑하는 이유에서다.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고 정신적 고뇌를 바탕으로 영혼의 즐거움을 위해 창작활동을 하는 것은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열정을 다해 가치를 창조했을 때, 그 성취감으로 사람들은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분수와 능력에 맞지 않게 과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들이 있다. 참담한 정신의 광기로 명예를 얻고자 꼼수를 쓰는 경우들이다. 이는 진실을 따르지 않은 일이기에 그 삶에서 보람을 찾지 못할 것이다. 선이 아닌 악, 참이 아닌 거짓으로는 행운을 잡았다 해도 세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성은 모든 행위의 기본이며 모든 판단의 기본이다. 인간의 인격은 태양처럼 빛나는 이성의 가치에 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잘난 사람 축에 못 낀다 해도 진실을 따르는 사람, 선하고 착한 사람, 거짓 없는 참의 사람, 이성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그런 사람들의 삶이 잘 사는 삶일 것이다. 그런 삶이 가치 있는 삶, 존경 받는 인생일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