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어가면서 사귀는 친구

2014-09-1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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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설자 수필가, 애난데일/ VA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라 했던가. 가슴 한 구석에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켜온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오늘 아침 친구가 보내준 이메일 중에 “늙어가면서 사귀어야 할 친구”로 건강관리에 철저한 친구, 성격이 낙천적인 친구, 유머감각이 풍부한 친구, 취미가 같거나 다양한 친구, 마음이 젊은 친구, 언제든지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는 친구, 봉사하는 친구, 나이 어린 친구, 옛 친구, 배우자를 꼽았다. 친구는 동반자, 조언자, 위로자 또한 기쁨이요, 취미가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세상 근심도 쉬이 떨쳐버릴 수 있다.
50여년이 지난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들이 꿈많은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고, 대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젊음을 보낸 우리는 같은 시기에 결혼하고 신기하게도 갓 30의 나이가 되면서 너도 나도 모두 미국 이민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에서, 워싱턴에서 인생의 반세기가 넘도록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우린 특별한 인연이 분명하다. 단 흠이 있다면 각각 타지역에서 살고 있기에 조금은 외롭다. 그러나 세월이 좋아 수시로 전화로 이메일로, 때로는 해외여행도 함께 하고, 장거리를 마다하고 만나자고 하면 달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 사귀는 데 가장 마음 쓰는 부분이 나이가 비슷해야한다고 고집했던 내가 많이도 변했다. 젊은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친구가 되고 더욱이 젊은이들과 어울리다보면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과 날로 발전하는 새 지식을 쉽게 접하고 신세대의 반열에 한 몫하게 되니 너무 좋다.
언젠가 수영장에서 만나 겨우 인사하고 지낸 사이가 어느 날부터 속마음을 내어 보이는 관계로 발전하고 이메일로 또 만남으로 교제를 나누고 있다.
친구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세월 따라 숙성해 가는 포도주처럼 이렇게 무르익은 우정으로 노년의 무료함에 점점 활기를 불어 넣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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