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나이 몇인데

2014-09-1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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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정자 워싱턴 창작 문학회

몇 일전 신문 한 모퉁이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글을 접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나보기에 스스로 부끄러웠다.
내 나이가 몇인데.... 내 나이 쯤 되면 역지사지라는 말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어야 할텐데 아직 그렇지 못하니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얼마 전 이야기다. 남편과 약속이 어그러져 오래간만에 시내버스를 타게 됐다. 버스 탄지가 수십년 전이니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알 턱이 없었다. 기사양반의 눈총을 받아가며 물어물어 요금을 챙겨 통 안에 넣고 돌아서 옆을 보니 기사양반 뒷좌석에 서너 너덧 사람이 앉을수 있는 좌석이 노인 우대석이었다. 거기에 젊은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나하고 눈이 마주치면 발딱 일어나 자리를 양보할 것 같아 미안해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하고 눈이 힐끗 스치며 마주쳤으나 모르는 척하고 다시 셀폰을 만지작 거렸다. 앞에 계속 서 있기가 민망스러워 옆쪽을 바라보니 뒷쪽 일반석에 자리가 한 두석 비어 있었다.
흔들거리는 차 속에서 기다시피 찾아가 앉았다. 그리고 또 한번 힐큼 처다 보길래 고것 참! 요즘 젊은애들 노인네 보길 우습게 보네. 아니 내가 동양 사람이어서 우습게 보나.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신경이 쓰였다. 그러면서 차는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여 이번에는 같은 피부색 노인네가 승차하여 역시 앞에 잠깐 서 있었지만 그 젊은 애는 이번에도 나 몰라했다. 고것 참 맹랑하네....
그러면서 버스가 세번째 정거장에 섰다가 출발하면서 고 얄미운 것이 내릴 준비를 하는지 셀폰을 챙겨넣고 옆에 세워놓았던 지팡이를 챙겨들고 불편하게 일어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때 아차 했다.
아! 고 얄미운것이 다리가 불편한 애 였었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속으로 이러쿵 저러쿵... 정말 그 아가씨 보기에 민망 했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 이 모양이니 정말 부끄러움을 느꼈다.
역지사지, 지금 내 나이쯤 됐으면 처지를 바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속 끓일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이제 부터라도 ‘역지사지‘ 짬짬이 되새기며 속 편하게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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