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잉카제국은 살아있다

2014-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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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지난 8월 중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리는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에 다녀왔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 선교팀이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Cusco)의 외곽마을 와싸오에 세운 선교센터 헌당식에 참석했다가 오기 전날 하루의 시간이 있어 그곳에 갈 수 있었다.

쿠스코는 페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시 중심가에 스페인 정복의 산물인 500년 넘는 성당이 있고 특히 세계적 유적지인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철로의 출발역이 있어 연간 400만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관광도시이다.

여행자가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그곳이 해발 3,500미터의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산증세를 경험하므로 미리 고산병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숙박요금은 100달러 내외부터 다양하며 5성급은 300달러가 넘는다. 시내에 다니는 차량은 미국, 독일, 심지어 중국차까지 있었지만 한국 차도 많이 보여 가슴이 뿌듯하였다.


LA 공항에서 페루의 수도 리마 국제공항까지는 약 8시간이 걸린다. 그곳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15분쯤 가면 쿠스코에 내린다. 마추픽추를 당일에 다녀오려면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쯤 가면 잉카 열차 출발역에 당도할 수 있다.

열차를 탈 때는 예약확인을 위해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열차는 백년설이 덮인 안데스 산맥의 협곡과 밀림같이 수목이 우거진 하천을 끼고 2시간가량 달려 마추픽추 산자락에 위치한 종착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10분 걸어가면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정류소가 있다. 버스로 좁은 산길을 꼬불꼬불 30분 올라가면 마침내 마추픽추 입구에 이르게 된다.

마추픽추는 잉카제국이 스페인의 침공을 피해 인간의 발이 닿기 어려운 2,400미터 산위에 신전과 궁궐 및 농경지를 건설하고 끝까지 저항했던 성읍으로 그 거대한 규모와 석재를 이용한 건축술은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 서기 1532년 스페인 군대에 함락되어 철저히 훼파되어 있다가 1911년 미국의 대학교수에 의해 세상에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마추픽추를 처음 언뜻 보았을 때는 좀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구석구석 둘러볼수록 하나같이 놀라웠고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그 곳을 모두 살펴보려면 하루 종일 있어도 부족하나 돌아오는 열차시간 때문에 2시간 정도 문자 그대로 주마간산 후 하산 버스를 탔다.

점심을 먹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오는 잉카 열차에 탑승하니 그 동안 쌓인 피로감보다는 수많은 상념들이 몰려들었다. 페루는 한때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으나 위대한 유산을 남겨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구나. 우리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낙후되어있다 하나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는 밝고 여유롭구나. 먹고사는 것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것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그들을 보니 새삼 떠올랐다.

갈수록 정도를 잃고 가치관을 상실해가는 한국의 나라꼴을 보노라면 걱정이 깊다. 단군 이래 찾아온 최대의 복에 겨워서 그런 건지, 한국이 저러다가는 단단히 혼이 나지 않을지 불안하다. 정말 정신 차려 후대에 좋은 유산을 남겨주어야겠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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