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혜의 길목에서

2014-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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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최현술 / 임상심리학 박사

잠시 집념에서 벗어나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그 순간에 평화로움이 우리에게 스며든다.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떠오른다.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비는 전철역에서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45분간 바흐의 작품들이 연주되는 동안 약1,100명가량 지나갔지만 20-30초간 잠깐 멈추어서 연주를 감상한 사람들은 단지 80명 안팎이었고 나머지는 본체만체 스쳐갔다고 보도되었다.

예상치 않은 시간에 아주 평범한 공공장소에서 풍요로운 이벤트가 일어나고 있다면 행인들은 그것을 즐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연구한 프로젝트로서 그 바이올린 연주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쟈슈아 벨이었다.

아무리 멋진 음악을 선사해도 일상의 쳇바퀴에서 잠시 멈추지 않으면 삶의 아름다운 선물의 순간들은 스쳐갈 뿐이다. 계절이 바꾸어지는 순간들을 의식하고, 바람결에 스치는 옛 추억에도 잠시 머물고,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노란 들꽃에도 눈길을 주는 마음의 여유로움만이 신의 선물들을 보게 하는 지혜의 길목으로 들어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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