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잠

2014-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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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배순혜 / 샌프란시스코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자는 동안 몸에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지친 육체를 위한 조용한 축제 속에 뇌와 혈액과 장기도 새 힘을 얻는다.

어떻게 하면 단잠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우선, 깨어있는 시간에 충실 하는 것이다. 적절한 수면은 6~8시간이라지만,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며 사는 현대인에게 적게 자는 만큼 시간을 더 얻게 되리라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

대학입시에서 ‘4시간 자면 합격, 5시간이면 불합격’이라는 소위 ‘사당오락(4當5落)’이 유행어가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밤늦게 졸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히 자고 나서 집중력에 승부를 거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집안일 등과 같은 유지 보수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겨우 자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내려 하면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들기 십상이다. 결국 수면시간을 줄이는 대신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규모 있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책이겠다. 더 중요한 것은, 잠들기 전에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다.

내일의 계획도 내려놓으면 좋겠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오늘 쌓인 피로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말에 속상해 굳어버린 마음도 풀어내야 한다. 새날 새아침을 기대하는 마음만 이불 삼아 세상모르게 아기처럼 잠드는 것이다.

하루의 끝에 잠을 자고 6일 노동 후 7일째 휴식한다. 새봄을 위해 나무는 기꺼이 나목(裸木)이 되고 동물은 겨울잠을 잔다. 이것이 건강한 생명 주기다. 매일 밤 단잠 자기를 연습해야겠다. 수고한 인생의 낮을 내려놓고 죽음이라는 영원한 잠 속에 편히 쉬게 될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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