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보고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 요즘 2주 동안 미 언론을 달구고 있는 퍼거슨 시티에서의 백인경찰에 의한 흑인청년 사망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소수민족으로서 부러운 것이 있다면, 흑인들의 단합된 그리고 일원화된 프로테스트이다.
흑인들은 배우고 못 배우고가 없고, 잘살고 못살고도 없다. 무조건 일치단결이다. 이러니 다른 어느 누구하나 입도 뻥긋 하기 힘들다.
물론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백그라운드가 다른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여하튼, 부럽다. 유대인들은 돈이라도 물씬 쓴다. 유대인들은 입김이 미칠만한 단체에 모두 개입되어있다. 그러나 유대인도 흑인들 앞에서는 약해진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경찰이 들이대는 총 앞에서도 시위하는 흑인들의 용기와 단결력이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무지막지한 폭력과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에 가슴속 밀려오는 저항을 느끼게도 된다.
이쯤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다보자.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인 coward(카워드)는 겁쟁이, 비겁자를 뜻한다. 우리 한인들은 모두 카워드이다. 나부터 그렇다. 옆집에서 강도로 죽어나가도 내 가게만 지키면 되고, 나만 안 당하면 되고, 가게 가격만 안 떨어지면 된다. 한인끼리는 소리 높여 싸우면서도, 미국인 앞에서는 꽁지를 내리기 일쑤이다.
우리 모든 한인들은 소수민족이란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두 잘 살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그러나 최소한 비굴하게, 비겁하게 살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우리들의 선각자이신 안창호, 서재필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며 유언이다.
물론, 사건마다 흑인들처럼 우리 모두가 길로 뛰어나가자는 말은 아니다. 현실이 어려운데 유대인들처럼 주머니를 털어 도네이션을 많이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러나 오늘을 직시하고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하고, 부름에 동참할 용기는 지니고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