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빨래터에서

2014-08-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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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최현술 / 임상심리학 박사

생존의 찌든 때를 빨아서 헹구어내는 세심(洗心)의 언어로 시를 쓴다는 시인 구상의 시구가 마음을 새롭게 한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마음의 눈을 뜨니’ 만물이 총총한 별처럼 빛나게 보이고, 무심히 보아오던 나무와 잔디 그리고 조약돌조차도 한량없는 감동을 자아낸다고 표현한다.

심리학에는 ‘긍정적 붕괴’(Positive Disintegration)라는 말이 있다. 긍정과 붕괴라는 어휘는 서로 상반되는 관점이 어우러진 단어이다. 이 학설을 주장한 다브로우스키는 심리적 긴장과 불안은 성장의 필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내적 갈등은 마음의 안정을 깨고 분열시킨다.

그러나 이 붕괴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오기 때문에 그것을 정신건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실패는 붕괴이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때 찾아오는 성공이 곧 삶의 긍정적 결과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부부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긍정적 붕괴의 과정에서 마음가짐, 삶의 가치관,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를 재정립하면서 내가 책임질 몫은 무엇인가를, 공정하고 타당하게 결정하고 숙고해야 한다.

불행한 일들은 우리를 다시 세우는 거름이라 생각한다. “마음의 눈을 뜨면” 함께 공존하는 모든 이웃들까지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런 점에서 상담실은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내는 마음의 세탁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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