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우리는 교황에 열광하는가

2014-08-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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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최경홍 / 어바인

지난 며칠간 온 나라가 열광적으로 교황을 환영하고 사랑을 보여드렸다. 한국 최대 종교도 아닌 천주교회의 교황이 왔는데 거의 모든 국민들이 그랬다. 왜 그랬을까? 여기에서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21세기에 들어 한국은 국민소득 2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되기를 모두들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물질적 풍요는 과거 같은 속도로 향상되지 못했다. 중국 등의 추격이 한 가지 요인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빈부 격차는 OECD국가 중에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으며 국민행복지수도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그리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사회나 경제뿐 아니라 교육, 종교계까지도 만연해 있다. 교회들은 신도 수 늘리기와 헌금액 높이기, 큰 건물 짓기 등등 물질 추구와 세습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번 교황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말씀은 물질적 탐욕에 대한 경고였다. 그분은 낮은 자세와 겸손함을 통해 큰 울림을 주셨다. 그분은 높고 화려한 자리가 아닌, 낮고 천한 봉사자로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 주시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뜨거운 사랑과 환영을 보여 드린 것이다.

교황을 뜨겁게 환영한 한국민들의 정서 속에서 물질만능주의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청결한 정의심이 남아 있음을 보게 된다. 나는 이것이 한국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의 말씀과 행동은 한국이 진정 행복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우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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