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가 나에게 주는 것

2014-08-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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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밥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정신적 갈증을 가진 존재이다. 정신적 행복을 누릴 때 삶은 보다 균형 잡히고 조화를 이룬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가주 해변에서는 문학인들의 문학축제가 열린다. 그 축제에는 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시와 대면하게 된다. 시란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유와 안목을 주며 마음에 빛을 보내준다.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인가. 시를 읽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천사 같은 여인이 있다. 그녀는 늘 시를 읽고 시를 줄줄 암송한다.


그녀의 영혼과 몸에서는 꽃향기가 풍겨나는 것 같다. 길가의 작은 한 송이 풀꽃에조차 관심을 기울이는 섬세함을 지닌 여인이다. 그런 그녀는 누구에게나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문학작품을 대하고 또 시를 읽어 본다면 시를 가까이 하는 생활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쁜 것인가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은 너나없이 시인이 된다. 동서고금의 유명한 시들도 그 시인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쓰여진 작품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세상은 온통 아름다워진다.

그러므로 시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의 가슴에 시는 샘물처럼 고인다. 사랑을 할 때는 한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이 있어 시를 생각하게 되니 누구나 한 번은 시인이 된다.

나도 시 읽기를 좋아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나 허전한 가슴에 그리움이 몰려오는 쓸쓸한 날, 심한 회의와 자괴감마저 엄습해 울고 싶은 날, 수필을 쓰다가 생각이 막혔을 때 … 시집을 꺼내 좋아하는 몇 줄의 시를 읽는다.

시를 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고 마음에 위안이 되며 생각의 샘이 풀려 좋은 글을 쓰게 된다.

시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시를 사랑할 줄은 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시가 흐르듯 내 마음에도 시정은 항상 살아 있다. 한 편의 시가 주는 기쁨으로 새로운 여유를 얻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바람직한 자기 정화의 길은 없을 것이다.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불의한 일들이 많고 도덕적, 윤리적 타락이 심하여 치유가 필요하다. 이런 때 위와 같은 시를 읽고 암송하다면 윤리 교과서 보다 더 훌륭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참 됨을 지향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착한 일을 솔선수범하는 사람들로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시를 가까이 하는 생활, 이것이 우리 삶에 빛을 더 할 수 있다. 시를 읽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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