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타국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10년을 넘어섰다. 유수같이 흐르는 게 세월이라고 했나. 그래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잘 자라준 아들과 딸, 그리고 지금껏 근면성실하게 가족만을 위해 변함없이 일하는 남편이 정말 고맙다.
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은 이민생활이었다. 난생 처음 하는 외국생활에서 오는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가족들끼리 마저도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시간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항상 웃음으로만 답해야 했던 시간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 언어적 콤플렉스로 혹시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들.
그런 가운데서도 가족과 좋은 이웃이 있었기에 잘 헤쳐 나올 수 있었다, 특히 생면부지의 낯선 이들에서 받았던 도움은 잊을 수 없다. 지난 이민 생활은 서로를 안을 수 있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한 세월이었다.
그러니 나는 충분히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결코 초심을 잃지 말고 서로를 위하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