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품인생

2014-08-12 (화)
크게 작게

▶ 나의 의견

▶ 신의철 / 은퇴목사

나는 오래 전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 가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다른 작품들은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데 성당 입구 우측에서 보았던 ‘피에타’ 조각품이 지금도 나의 눈과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고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21세의 미켈란젤로가 하나의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를 가지고 서기 1498년에서 1500년까지 2년 사이에 만든 조각품이다. 당시 유대교 종교지도자인 제사장의 모함으로 그 시대의 극형인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당한 육신의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가슴에 안은 어머니 마리아를 젊은 여인의 모습으로 조각하였다.

이 어머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인간 최악의 극한의 고통, 생때같은 자식이 무고한 죽임을 당했다는 처절하고 가슴을 찢어내는 어머니의 아픔 그 이상의 고통과 아픔이 있겠는가? 여기서 오는 분노의 감정을 격렬한 흥분으로 나타내지 않고 그 아픔을 내면으로 삭이는 모습이다.


순간적인 흥분과 폭발하려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격자요 명품인생이 아니겠는가? 원래 이 조각은 하나의 큰 덩어리 돌이었으나 유능한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눈은 그 돌에 거룩한 형상이 담겨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흉하고 아름답지 못하며 잘못된 모든 것을 세밀하게 찾아 깨어 내었을 때 그 곳에는 사랑과 거룩함의 모습만 남게 되었다. 인생에서도 탐욕, 시기, 질투, 내 이웃을 비방하고 스스로 교만에 빠지는 잘못된 허물, 그리고 허영을 찾아내 떼어낸다면, 신의 성품을 닮은 모습이 남고 어려움에 처한 내 이웃을 돌아 볼 수 있는 명품 인간이 되지 않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