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리소리는 남의 애를 끓나니

2014-08-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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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우리 속담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머리 맞는다”는 말이 있다. 산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배려하는 것이고, 배려하는 것은 존경하는 것이고, 존경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삶의 최고의 열매이다. 사람이 살면서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은 자기가 배가 고프면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냥 달려 들어 물어 버린다. 동물들은 사전에 물어보지를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늘 물어 본다. “내가 이것을 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도움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2013년에 문화체육부에서 성인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를 했는데 한국인들은 더 좋은 나라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87%가 대답을 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다. 네가 없으면 내가 안되고, 내가 없으면 네가 안되는 것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하는 사고는 멸망으로 들어서는 길이다. 우리 모두 함께 서로 잘 되어야 한다. 내가 아픈 만큼 너도 아프고, 내가 기뻐하듯이 너도 기뻐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 없으면 세상은 지옥이다.
프랑스 소설가 까뮈가 지은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인다. 선박중개인으로 일하던 뫼르소는 친구 레몽을 괴롭히는 알제리 사람을 죽이게 된다. 법정 앞에서 서서 단지 태양이 뜨거워서 살해했다고 했다. 물론 이 소설이 주려고 하는 의미와 해석이 다양하다. 그러나 세상에 그 어떤 사건과 사고에 만일 이렇게 아주 작은 비현실적인 이유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사람을 죽인 이유가 그 사람이 나보다 잘 살기 때문에, 그가 나를 쳐다 보았기 때문에, 그가 나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구태여 한국에서 모 군인이 상급자들에게 구타를 당해서 죽은 사건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나의 감정과 나의 분노를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느낌을 갖고 있는지 전혀 배려나 생각이 없이 마음대로 행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도리의 범주를 훨씬 벗어난 것이다. 내가 그렇게 당했기 때문에 너도 그렇게 당해야 한다는 보복심리나 피해강박증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성경에서는 형제에게 ‘라가’(고대 중동에서 사용하는 저속어)라고 할 때 그것이 형제를 살인한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5:22)
이순신 장군은 조선시대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다. 그가 왜군과 접전을 하고 있을 때 쓴 시가 있다. 이름하여 “한산도가”라고 한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들려오는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끓나니(一聲胡笛更添愁)” 나라를 생각하며 밤잠 이루지 못하고 칼을 옆에 차고 왜군을 몰아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는 데 새벽을 깨는 피리소리가 들렸다. 그 피리소리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애끓게 하였다. 피리부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피리를 불었겠는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좋다고 부는 피리소리이든 슬퍼서 부는 피리소리이든 이순신 장군이 느끼기에는 나라를 향한 마음이 더 무겁고 슬퍼지게 한 것이다.
어린 시절 철모르고 했던 행동들을 추억이라는 액자에 담고 아름답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즐거움이 남의 아픔과 괴로움이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지금 혹시 추억이고, 낭만이라는 포장된 언어 속에 감취어 있는 날카로운 칼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그 칼이 혹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나의 피리소리, 나의 노래 소리, 나의 웃음소리가 다른 사람의 애를 태운다면 한번은 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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