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방주사와 칭찬

2014-08-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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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식 / 내과의사

질병은 미리 퇴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방주사와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유아 때 소아과에서 맞는 소아마비, 홍역, 수두, 풍진 예방주사는 학교에서 철저하게 확인을 하여 질병이 현저하게 줄었다. 성인들에게는 폐렴, 간염, 독감, 대상포진 예방주사 그리고 파상풍 주사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백일해 주사를 맞지 않으면 갓 태어난 손자, 손녀들을 만나러 갈 때 자식들에게 눈치가 보여 갈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질병에 예방주사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미리 교육받고 마음에 준비를 해두어야 되는 주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릴수록 주사가 효과적인 것처럼 이런 준비도 빠를수록 좋다. 자립심, 정직에 대한 주사가 인생에서는 꼭 필요해 보인다.

아들이 어릴 때가 생각난다. 제 누나보다 유순하고 악착같은 면이 없고 늦게 트이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여름방학 때도 숙제를 미루어 놓고 놀기에 바빴다. 한번은 개학 직전에 숙제를 시작했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아들은 울면서 엄마에게 숙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아내는 미리 경고했었다며, 숙제는 본인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들은 징징거리면서 숙제를 했지만 결국 끝내지 못한 채 학교에 갔다. 그 결과 낙제 점수를 받아 왔다. 나는 속으로 “그것 참, 아이 숙제 좀 해주고 학점을 받아오게 한 다음에 야단을 치면 좋겠구먼…” 하고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냉정하게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주지 않았고 아들은 본인의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나갔다. 결국 서서히 자립심을 기르게 된 아들은 자기 일을 스스로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한번은 우리 집 아이들과 서울에서 온 지인들, 그리고 그 집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간적이 있었다. 아이들 입장료도 꽤 비싼 데 9세까지는 할인이 많이 되고, 10살부터는 할인이 적었다. 마침 막 10살이 된 큰 아이들한테 9살이라고 말하게 시키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상의 끝에 우리는 돈을 더 주더라도 아이들이 10살이라고 정직하게 말하게 해야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나서도 그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 순간 어른들이 실수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곤 한다. 자립심과 정직의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들이 많아 우리 사회가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인생의 예방주사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마음을 살리는 영양분은 칭찬이라고 생각된다.

영어에는 한국말보다 칭찬하는 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교회 어린이 중 제임스는 주의산만으로 읽는 것이 늦어져 별도의 지도가 필요하다. 선생님 한분이 제임스에게 영어를 읽고 발음하는 것을 가르는데, 공부를 가르치면서 선생님은 여러가지 말로 칭찬을 한다.

Awesome 굉장한데, Well done 잘 되었어, You are great 너 정말 대단해, Hooray야호, You did it 해냈어, Good work 잘했어, Perfect 완벽해, Super 굉장해 놀라워, That’s it 바로 그거야, Fantastic 환상적이야, Unbelievable믿기 어려울 정도야, Magnificent 훌륭해, Wow 와우, You are amazing 너는 놀라워 등등…….

제임스의 학습태도는 칭찬을 통해 확연히 달라졌고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서로를 인정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한다면, 마음의 꽃은 활짝 피고 가라앉았던 소망은 날개를 치며 올라갈 것이다.

이 땅에 칭찬이 필요 없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칭찬에 인색했던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며 이렇게 외쳐 본다. “You are great and ama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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