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고1무렵, 여름방학을 맞아 인천 신포동 이모님 댁에 버스를 타고 가다 창밖으로 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섭씨 34도 푹푹 찌던 8월의 어느 날 오전 11시께 부평 역전에서 산곡동 방향으로 공수 특전여단 소속 소대원들로 보이는 10여명이 완전군장으로 대로를 뛰고 있었다.
소대원 중 1명이 지쳐서 갑자기 앞으로 90도로 혼절하며 얼굴 안면이 아스팔트 도로바닥을 향해 그대로 고꾸라졌다. 앞서가던 소대장인가가 달려오더니 욕설과 함께 군화발로 그 쓰러진 부대원의 복부 정 중앙을 태권도 앞차기로 세차게 가격하고 몇 차례 더 오뉴월 개잡듯 짓밟아 버리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부하병사가 무슨 대역 죄인인가? 옆의 전우들이 총과 군장을 대신 걸머지고 그의 어깨를 들쳐 멘 후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은 과연 미군이라면 혹은 나토군이라면, 아니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기된 인민공화국의 그네들도 훈련 중 쓰러진 전우를 그리 모질게 대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 폭력에 길들여진 군인들이 과연 국방의 의무를 잘 수행하겠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무지막지한 폭력에 길들여져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앞으로 돌격을 잘 수행하나 하는 궁금증이다.
구타와 폭력, 그리고 얼차려가 강군을 만드는가? 아니면, 내 강산 내 부모형제 이웃을 지키겠다는 마음에서 우러난 애국충정이 강군을 만드는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미국의 앳된 대학생들로 보이는(여학생들 포함) 청년들이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창공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무리 지어 꼬리를 물고 고공 낙하 점프를 하는데 두려움도 없이 아주 신나게 웃으면서 하는걸 보았다. 이 어린 친구들이 고공낙하 점프를 잘 하기 위해 구타당하고 욕지거리 들어가며 교육받았다는 걸 아직 한 번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