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카노학

2014-08-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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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강혜리 / UC 버클리

2012년 여름, 정식으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는 여름학기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프로그램은 새내기의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삶의 차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줬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짧은 설문을 통해 어떤 수업을 듣게 될 것인지 결정되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역사를 정말 싫어했던 나는 ‘치카노학’(Chicano Studies, 치카노란 멕시코계 미국 시민을 지칭하는 말)을 듣게 됐다. 불만스러웠다. 교실에 아시아계는 없었고 히스패닉 친구들만 꽉 차있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날이 갈수록 그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돼 수업뿐만 아니라 밥도 같이 먹고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에게 히스패닉 친구들은 그저 학업에 별로 의의를 두지 않는 소수집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치카노학을 같이 듣는 친구들은 공부를 나보다 더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 어휘력도 뛰어났고, 대가족 사이에서 자란 환경 때문인지 사회성도 뛰어났다. 그러면서 난 그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들의 문화는 물론, 고등학교 내내 들었던 스페인어에서도 매력을 느꼈으며 교수님이 하시는 말 모두가 흥미로웠다. 그 흥미로움은 그해 여름이 가고 나서도 계속되었고, 지금은 다음 여름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디 그들의 문화를 더 만끽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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