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배(플레젼트빌 거주)
웨체스터 카운티 골프 코스에서 친구들과 라운딩을 끝내고 주차장에서 골프 장비를 차에 실은 후 무심히 차 문을 열려다 손잡이에 끼워져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에는 자신의 부주의로 나의 차 범퍼에 손상을 입혔으니 수리비용을 알려 주면 보상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차 뒤쪽을 살펴보니 범퍼와 테일게이트에 긁혀진 손상이 있었다. 나의 차는 만 사천 마일 정도 사용해서 아직도 새색시처럼 다루던 터인데 긁힌 자국을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정신을 어디 두고….” 하는 속상함이 생기려는 순간 이 메모를 남긴 사람의 정직한 양심에 대한 감동이 속상한 마음을 가라 앉혔다.
요즈음은 인종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자동차에 손상을 입혀 놓고도 슬그머니 도망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나도 이러한 사고를 냈을 경우 아무런 주저 없이 나의 연락처를 남겨 놓는다고 장담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았다.
이 사람이 메모에 남긴 이름이 빅터 한이어서 한국인일 것으로 짐작하며 전화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사람 이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그러나 한국말은 못하고 한 50% 정도 알아듣기는 한단다. 이 사람의 영어가 유창하고 목소리도 젊게 들려서 한인 2세일 것으로 판단했다.
도덕성이 점차 타락돼 가고 있는 미국 사회에 이렇게 정직한 성품을 갖춘 한인 2세가 있는 것이 대견해서 진심으로 이 사람의 정직한 마음을 칭찬해 주었다. 우리 한인1세대 중에 이러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이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자조적 선입견도 크게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바디숍 몇 군데 수리비를 알아보니 요즈음은 범퍼에 손상이 있으면 범퍼 전체를 교환하기 때문에 이 삼천여 달라가 든다고 한다. 이 정직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수리비를 내게 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 들어서 다른 바디숍을 더 알아보니 범퍼를 교환하지 않고 떼어 내어 페인트를 해서 조립하면 전체 수리비의 1/3정도로 절감할 수 있었다.
빅터 한에게 내용을 알려 주고 제일 적은 수리비 견적 비용을 청구하니, 수락하면서 내가 양심 있는 사람이라고 고마워했다. 정직하다, 양심 있다고 서로 칭찬해 주며 대화가 부드러워지니 나도 모르게 한국인 특유의 주책이 발동해서 직업은 무어냐? 몇 살이냐? 는 등의 결례되는 사적인 질문들을 했는데 모두 대답해 주었다.
빅터 한은 63세로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미국과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부친은 주UN, 주영국 대사를 역임하며 대한민국 외교사에 큰 공헌과 자취를 남기신 고 한표욱대사라고 한다. 한국에서 살아 본 적도 한국의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빅터 한과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한인 2세로 오해를 한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내 멋대로 추측해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옳지 못한 행동인지 반성했다.
어떻든, 한국인 친구가 없다는 빅터 한이 나와 같은 세대이고 은퇴도 했고, 멘탈리티도 서로 통하는 것 같아서 우리 서로 친구가 되자고 약속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보게 될 기대로 마음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