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다니는 뉴저지 주의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었다. 인사말이 끝나고 몇몇 학생들이 연단에 나와 각자가 자기 소감을 말하는 차례였다.
싱그러운 얼굴로 연단에 나온 백인 학생이 환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날이 갈수록 이웃과 학교의 친구들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먹이를 놓고 싸우는 동물처럼 사람들이 남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친구들이 처음 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의 친구가 아니라 졸업 때가 되니 경쟁자로 변해 있었고, 학교의 분위기도 입학을 했을 때의 따스한 분위기가 아니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로 변해서, 뭔지 모르게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고 말을 하고, 자기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고등학교와 대학에 가면 그 답을 찾겠다며 웃으면서 연단을 내려갔다.
어른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많은 박수를 보냈다. 그 맑은 얼굴, 환하게 웃는 그 학생을 나는 보고 또 보며 그 학생이 찾고 싶어 하는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말은 안했지만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와 사회를 너무 경쟁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란 뉘앙스가 내 머리 속에 감돌았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경쟁이기도 하지만 그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남을 누르거나 제치며 기어이 이기고 보아야겠다는 이기적 경쟁심은 평화를 무너뜨린다. 인간이 동물이 되고 사람이 짐승이 되는 첫발이다.
자녀가 남보다 실력을 더 쌓아서 반드시 명문대학을 가야한다는 부모들의 조바심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평화로운 관계를 무너뜨리고 친구로서의 믿음도 무너트린다. 한인 부모들의 뜨거운 학구열 덕에 예전에 없던 사설학원이 여기저기에 생겨나고 학원마다 한인학생들로 성업 중이다.
학문에 대한 탐구열이 아니라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성적 높이기에 전심전력을 다 하는 한국의 학부모들 모습, 그 경쟁심을 고스란히 미국 땅에 들고 와서 재연하는 한인 부모들, 그 때문에 사설학원이 늘어나고 학생들은 과외공부에 시달려가며 한국에 있는 학생들처럼 경쟁의 대열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아이들은 푸른 하늘 한번 바라 볼 여유 없이 정신없이 바쁘고, 그런 모습이 미국의 터줏대감들에게는 낯설고 이상하다 못해 질타의 목소리를 높여 가는 건 아닐까.
뉴저지 작은 마을에서 살면서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그 맑은 학생의 말과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