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교의 지혜가 필요한 때

2014-07-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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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광수 / LA

광해군 하면 흔히 이복동생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폐위 감금한 포악한 군주로만 여기기 쉬우나 그가 외교에는 유능한 군주였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명과 청 전환기에 각기 자기 쪽에 설 것을 강요하는 가운데 조선은 양쪽을 분주히 오가며 등거리 외교를 펴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구데타로 광해군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인조는 다 망해가는 명나라 편에 섰다가 청나라로부터 비싼 대가를 치르고 만다.

조선이 여전히 ‘친명배금’ 정책으로 명을 섬기는데 분개한 청은 10만 대군을 몰아 파죽지세로 남하하여, 남한산성에 인조와 대신들을 가둔다. 인조는 식량 소진으로 마침내 항복하여 청의 장수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고 절하는 치욕을 맛본다. 이것이 병자호란이다.


대한민국에 중국과 미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은 직접 달려와 한국의 역사와 예전의 관계를 들며 자기편에 설 것을 원했고, 미국은 친구의 은혜를 잊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 정세가 매우 복잡해지는 요즈음,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국제관계. 광해군의 현명한 외교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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