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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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의 균형

2014-07-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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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전태원 / 자유기고가

작년 4월에 감나무 두 그루와 복숭아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귀농생활이 시작되고 농사에 전념하게 되었다.

30년간 봉직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는 아내를 외조하는 전업주부로 살아온 게 어느 덧 열 한해가 지나고 있는데 요리만 제외하고는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는 팔자에도 없는 집사가 된 것이다.

제법 큰 규모의 텃밭 세 개를 관리하다보니 하루 중 밭을 가꾸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4시간에서 5시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밭에서 사는 셈이다. 말만 전업주부가 아니고 안에서는 주부요, 밖에서는 농부인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젊어서 즐기던 골프는 라운드를 끝내는데 보통 5시간이 걸렸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그날 컨디션과 스코어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곤 했는데 밭에 뿌린 씨가 돋아나고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엔돌핀이 팍팍 솟구쳐 구슬땀을 흘린 대가를 받는 것 같다.

사슴이 새끼를 서너 마리씩 대동하고 출몰하는 지역이어서 5피트 높이의 철책을 세우고 출입문까지 번듯하게 제작을 한, 외부에서 봐도 그럴듯한 면모를 갖춘 텃밭인데 이게 겉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다. 밭 안쪽에서 오이, 호박, 토마토들이 새 순이 올라 온게 어제 같은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은 어느덧 백만장자는 물론 호화저택이 부럽지 않다.

농사는 안과 밖이 다르거나 거짓이 있을 수 없다. 그야말로 정직하게 뿌리고 가꾼 대로만 거둔다.

불문에서도 수행을 해서 남의 사표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안과 밖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거라고 한다. 소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이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폐해가 얼마나 지대한 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군상들, 자칭 성직자, 자선사업가, 교육가라면서 언행일치와는 거리가 먼 허상만 쫓는 무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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