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리콘 밸리에만 있는 것

2014-07-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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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이윤선 / 교육전문가

산타클라라 밸리는 실리콘 밸리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다른 별명을 갖고 있었다. ‘내 마음의 기쁨’ 계곡. 멋스럽고 잔뜩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 이름은 과수원과 농장 및 통조림 산업 등이 쇠퇴하고 80년대 반도체 산업이 흥하면서 사라지고 산업지역을 일컫는 실리콘이란 이름으로 대체되어버렸다.

‘오렌지꽃’ ‘체리꽃’이란 길 이름이 아직도 과수원 길의 정취를 풍기고 1899년에 문을 연 이래 115년 동안 밸리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체리 가게는 아직도 밸리의 브레인들에게 달달한 맛을 팔고 있다. 코카콜라만큼이나 인지도가 높은 하이텍 회사들이 즐비한 거리는 매일 집짓는 소리와 자동차들로 넘쳐난다.

QR 코드가 붙은 바나나에서부터 컴퓨터 칩 민트 맛 아이스크림, 검색엔진이 풀어줄 수 없는 인생 문제에 도전하는 종교 광고와 비싼 전기자동차가 줄지어 주차된 곳, 서점 권장 도서 코너가 컴퓨터 관련 책자로 깔린 곳, 외지에서 온 이라면 집값의 숫자읽기가 아리송한 곳, 이곳이 바로 실리콘 밸리다.


실리콘 밸리는 높은 교육수준의 젊은 외국 태생자들이 날마다 밀려들어오는 곳이다. 100 여개 언어들이 계곡의 곳곳에서 들리니 영어 외 자신들의 모국어를 쓰는 비율이 인구의 반(51%)을 넘는다.

이 계곡에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5의 문명 발상지라고 불리는 이 계곡의 첨단 문명일까? 여기에는 세계 최고의 다양성과 어우러짐이 있다.

이 계곡은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다양한 것에 대한 배려와 수용이 적극적이다. 특정 음식냄새에 코를 막고 어떤 언어에 귀를 막고 그들의 다소 난해한 운전 방법에 고개를 내젓는다면 계곡의 주민일 수 없다. 자유와 창의와 협동, 나눔의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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