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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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잃어버린 10년 올 수 있다”

2014-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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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방문한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최윤식 박사

“핀란드 GDP의 30%를 담당하던 노키아가 무너지자 핀란드 정부와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노키아에게 모여 있던 기술과 인재를 수백 개의 벤처로 되살려 냈다. ‘앵그리 버드‘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노키아가 무너져도 핀란드 경제가 건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 기업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몰락이 국가와 사회의 추락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려면 핀란드를 교훈 삼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2030 대담한 미래‘ 중에서- 위에 인용한 말을 그대로 교회에 적용해 보자. “빠른 변화의 시대에 교회(local church)는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사라짐이 하나님 나라와 신앙 공동체의 추락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그러나 한국교회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 회개의 기도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지만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정확한 미래 예측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최윤식 박사가 낸 책들은 더 있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 박사는 아시아인 최초로 휴스타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2020 부의 전쟁’ ‘10년 전쟁, 누가 비즈니스 패권을 차지할 것인가’ ‘2030 부의 미래지도’ 등 위에 언급한 ‘대담한 미래’ 외에도 다수의 저서를 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로 자리매김했다.

그중 ‘지속 가능한 한국교회를 위한 최초의 미래학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국교회 미래지도’는 급변하는 사회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몰린다. 벼랑 끝에 서있는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진단했고 위기의 진원지를 파헤쳤다. 시대 변화상을 추적하고 미래의 키워드, 통일 등 핵폭탄이 될 수 있는 변수들을 짚어봤다. 성장의 한계를 넘고 지속 가능한 미래 해법도 일부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미래지도’는 쇠락해 가는 한국교회에 대한 뼈아픈 통찰과 현장 점검의 성격이 강하다. 구체적인 대안을 담은 책은 오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사실 진정한 개혁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자신을 분명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미경을 가지고 들여다본 한국교회의 실상은 심각하기만 하다.

워싱턴을 방문한 최 박사에게 도대체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딘지 물어봤다. 결론은 위기는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인용하며 해박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최 박사의 주장을 요약했다. <이병한 기자>



2050년 300-400만명으로 성도 감소 예상


‘착각에서 벗어나라’
-한국교회는 숫적인 성장이 멈췄다. 그것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이다. 착시 현상 때문에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주일학교 등록 수는 줄고 있었지만 30-50대 성도는 늘어나자 계속 성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 계층의 증가는 주일학교 등록 교인이 자연스럽게 장년 계층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런데 30-50대 교인도 2010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위기인 것이다. 2050년에는 300-400만으로 줄 것이라고 본다. 천주교인보다 적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는 현재의 목회자들이 대거 은퇴하는 시점이고 교인 감소는 도미노 현상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재정은 3분의1로 줄고 상당수의 교회들이 부채 등으로 재정 위기를 겪게 된다. 교역자, 선교사 숫자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사역의 역동성은 크게 줄어든다. 앞으로의 10년이 문제다. 지금 개혁 안하면 안 된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징계에서 배우라’
그러나 솔직히 말하겠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교회가 IMF 때와 같은 상황을 당하기 전에는 스스로 변화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 강가에서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하나님을 찾았다. 교회 안과 밖에서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경고가 나왔을 때 스스로 돌이키는 게 최선책이지만 그런 예는 많지 않다.
마지막 때가 돼서라도 갱신을 한다면 다행한 일이다. 남은 자들이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이 큰 경제 위기를 겪은 1997년은 사실 변혁의 적기였다. ‘새 술을 새부대에 담는’ 기회였던 것이다.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렵지만 외부의 충격이 크면 가능해진다. 다만 김대중 정부가 경제 회복을 빨리 하려고만 서두른 나머지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당시 대기업이 17개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기업들이 어부지리 성장을 했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 핀란드처럼 했어야 했다. 노키아가 무너졌을 때 500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이것을 교회에 적용하면 큰 교회가 문을 닫았을 때 주변에 다른 큰 교회가 늘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건강한 중소 교회가 수백 개가 생겨야 한다. 새 부대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최소 4-5년간 성장하기 아주 어려운 경제 환경을 맞게 된다. 연체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위기는 5-7년 더 갈 것이다. 그 위기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아시아로 이어진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교회 본질을 고민하라’
그런데 교회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먼저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데 핵심에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고 있는데도,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서도 모르고 있다. 구약 시대에는 ‘칼과 기근과 염병’이라는 채찍으로 하나님이 치셨지만 이제는 ‘돈’이라는 채찍을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시대가 됐다.
교회가 모든 것을 돈으로 한다. 그리고 욕심을 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성장만 추구한다. 사자는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데 교회는 ‘생태계’ 파괴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지역의 풀뿌리교회들이 살아야 하는데 신경 쓰지 않는다.
1970년대부터 불었던 건축 붐은 이면에는 “건물을 잘 지으면 성장한다”는 속셈이 작용했다. 전 교회들이 ‘공동체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 구조의 변화, 각 도시의 특성 등에 따라 다른 교회들이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성장, 건강, 리더십, 양육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 교회의 포맷을 전체 교회에 적용하는 것은 죄악이다. 성경은 다양한 교회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교회(local church)는 제 사명을 다한 후 아름답고 건강하게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교회가 직면한 문제와 위기들에 대한 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시행할 용기가 없을 뿐이다. 기득권을 포기하고픈 마음도 없다. 갱신의 최대 걸림돌은 무얼까. 미안하지만 성도들이다. 목회자가 교회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하면 ‘어디서 뭔가 잘못 배워 왔다’고 생각한다. 갱신이란 목숨을 걸어야할 일이다. 부자 교회들이 은혜를 받았으면 나눠야 한다. ‘그라운드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교회론으로 이어진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가 어떤 모습이냐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기성 세대, 기존 교회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분명히 바뀌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한국교회는 짧게는 10년 길어야 30년 내에 올 것으로 예상하는 남북통일과 관련해 사명을 갖고 있다. 분명히 통일은 대박이다. 그러나 초기의 충격과 중기의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시기를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교회는 그 역할과 정체성에서 극심한 위기를 겪을 것이다. 성공적인 통일은 남북이 하나되기 전에 한국의 교회들이 준비를 잘 해 북한을 영적으로 끌어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지난 30년이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실제적인 준비에 돌입할 시점이다.
미래는 부정도 아니고 긍정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고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미래를 대하는 자세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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