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도에 보낸 2세들의 애가

2014-07-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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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강미라 / 첼리스트

얼마 전 연주회를 가졌다. 제자들과 그 친구를 묶어 결성한 클래식 앙상블이다. 이름은 베리타스, 진리라는 뜻이다. 모두 다 10대이지만 만만찮은 재능의 연주자들이다. 이들이 베리타스라는 이름 아래 연주회를 구상하고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며 나는 슬퍼하고, 분노하고 부정하고, 목 놓아 울었다. 아! 우리 모두 그러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 아직 보송보송하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 우리 베리타스의 아이들의 나이이다.

단원의 대부분은 한인 2세들이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그들 또래 아이들이 죽어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우리의 첫 연주회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바다건너 이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가 있음을, 함께 울고 있음을. 연주회장에 놓인 노란 리본을 단 흰색 모금함에 1,800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 모였다. 모두 모아 한국의 아름다운 재단으로 보냈다. 아름다운 재단의 ‘기억 0416’ 은 세월호 참사를 향하여 세 가지의 약속을 한다고 밝힌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곁에 있겠다는 약속, 그리고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

연주곡 중 바버의 아다지오는 베리타스가 지구 반대편 진도 앞바다에 드린 우리들의 헌정이었다. 가진 재능과 시간과 노력을 통해 작은 기여를 하는 것, 이것은 얼마나 가슴 뛰게 하는 일인가?나라가 어려울 때면 비녀 가락지 빼어 바쳤던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이 있었듯이 우리 아이들은 재능으로 마음을 전했다. 뉴욕 한국일보의 후원으로 진행된 세월호 기금 마련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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